노을 비낀 숲에서

사오정, 비올리스트...^^

해선녀 2006. 7. 30. 14:17

 

 

 

주위의 눈치를 볼 줄 모르는 어벙한 사람을 빗대어 사오정이라고 하던가?, 나야말로, 내가 바로 사오정이구나 할 때가 많다.'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지',괜한 소리를 해서 본전도 못건질 때가 더 많아져 간다. 

 

큰넘이 요즘 오케스트라의 씨즌 오프라, '심심해서'  뒤늦게 개업했다는 싸이버 홈피에 요며칠 자주 들락거렸다.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바쁜 며늘의 홈피만으로는 채우기에 늘 부족한 궁금한 마음도 그렇고, 뭐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없나해서 들여다 보기도 한다. 게시판에 올려진 글 중에,바로 그런 경우를 빗댄 것 같은 글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비올라 죠크'. 아마도 어느 음악 싸이트에서 가져 온 것이리라, 비올리스트들이 그렇게 어벙하고 답답한 사람들이라는 좀 심한 농담들이 한 보따리이다. 

 

 

피아니스트와 비올리스트가 산책을 하다가, 죽은 까마귀를 발견한 피아니트스가 말한다. "저기 봐 죽은 까마귀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대답하는 비올리스트,

"어디?"

 

시카고심포니의 한 바욜리니스트, 우연히 벼룩시장에서 램프를 사서 닦다보니 지니가 튀어나왔다.

"주인님 제가 딱 한가지 소원만 들어드리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욕심이 없던 바욜리니스트, 고심 끝에 세계지도를 펼쳐보이며

"이 중동 지방 사람들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게.." 했다.

지니, 세계지도를 쳐다보더니,

"아, 주인님 죄송하지만 제게는 너무 무리한 일입니다..다른 소원을 빌어주세요".

시무룩해진 바욜리니스트,

"그래..그럼 말이지,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우리 시카고 심포니의 비올라파트가 맞는 음정으로 연주하게 해 주게" 하자, 지니왈,

"그 지도 좀 다시 줘봐요"

 

 

처음에는 비올리스트들이 정말 그렇게 유난히 음정도 잘 못맞추는 사람들이라는 것인가 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파트가 그럴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대체로,비올라 파트가 '멍청하여' 음정을 잘 못맞추고 생활 면에서도 소위 '얼빵한' 사람들이라는 내용이지만, 그 멍청함에서 인간적인 순수함마저 비쳐 나온다. 대체로, 사오정은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엉뚱한 짓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게다.  그런데 이, "멍청한 생각'이라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보면,그 상황에 대해 너무 '골똘한' 생각에 빠져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 다만, 그것을 일일이 말로 설명하지 못해서 그런.... 

 

첼로의 저음과 바이올린의 고음 사이 중간 음역에서 질주하는 양쪽 음에 끌려 가지 않고 정확한 제 음을 짚어 낸다는 것이 원래도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고 보니,대학시절 합창써클에서 메조 소프라노를 즐겨 맡으면서 지휘자에게 '메조, 또 어디서 헤매고 있는 거야?!' 하는 야단을 자주 맞던 기억이 난다 .내 음역도 그랬지만,음정을 정확히 내는 공부가 될 것 같았는데,,메조 파트가 과연 '장난이 이니어서' 어물쩡거리며 헤매는 소리를 냈다간 늘 그렇게 혼이 나곤 했던 것이다. 특히, 새로운 곡을 시작하거나 할 때 다른 파트들의 음정이 흔들리면 메조는 더욱 정신을 못차리고 형편없이 표류한다.

 

'소프라노도 엘토도 못하겠으면 메조나 해 봐라,' 나도 이런 소리를 들었던가 싶지만, ' 바이얼린도 첼로도 잘 안되겠으면 비올라나 해 봐라.'큰넘은 실제로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이것은 비올라의 음역이 첼로와 바이얼린의 중간쯤인데다가 주법도 비슷하다는데서 그러는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너댓살 적부터 맹혼련을 받았거나 대단한 천재가 아닌 이상, 바이얼린으로 솔로이스트로 대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물론 들어 있음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과연, 오케스트라에서도 전체 음정을 예민하게 이끌어 가야 하는 현악기들, 그 중에서도 똑부러진 바이얼린의 고음과 배밑에 한 수 착 까는 첼로의 저음 사이, 그야말로 '어중간'한 위치에서 제소리를 내어야 하는 비올라, 비올라 소리를 내는 일은 정말 제일 무난한 일일까?.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본다. 비올라는 마치 한 배의 키를 잡고 배의 중심을 잡아 나갸야 하는 조타수와도 같다고. 키를 잘 잡으면 그것은 당연지사, 아무에게도 그런 수고가 있었는지 의식되지도 않지만 잘못 잡았을 때는 배 전체가 기우뚱거려서 모든 사람들이 금방 다 알게 되는..바이얼린과 첼로는 자기 소리에 취해서 마냥 흘러가고 비올라는 양쪽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 배의 평화로운 운행을 도모하고 있어야 한다고..전면에 나서는 멜로디는 대개, 갑판머리에 나부끼는 깃발이나 돛격인 바이얼린이나 첼로가 맡고. 조타수 비올라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곳에서 자연히 양편의 거리와 균형을 맞추는 일에 골몰하게 되어 있다 .....

 

비올라 파트만의 원래 음부가 왜 없었겠는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보이지 않는 배의 중심축. 그러나, 조타수는 주변의 바람과 파도의 방향과 힘에 잘 맞추어 가면서 키를 조절하지 않으면 안된다.밀고 당기는 사이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중심을 잠아 주는 일.그것은 요지부동, 기계처럼 기준음을 고집해서 될 일이 아니고 다른 파트의 소리에 부화뇌동해서도 될 일이 아니다. 다른 파트들도 연주 도중에도 튜닝을 해야 하지만, 비올라는 다른 어떤 파트보다 귀를 활짝 열고 다른 소리들을 잘 듣고 있어야 할 것 같다.그래서 때로는 원래의 중심축을 약간 벗어나더라도 달뜨는 소리, 너무 가라앉는 소리들의 옷깃을 잡으면서 전체적 균형을 자켜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사오정이 되고 있음이 아닐까...

 

살아갈수록 저 좀 '얼빵한' 비올리스트적으로 되어감을 느낀다. 요동치며 변화하는 삶의 조건들에 대해서만 해도, 민감하게 감지는 하였다 해도,그에 대한 즉각적인 새로운 반응도, 느리고 한결같은 반응도, 어느 것도 원칙으로 고수할 수가 없어 보인다. 삶, 살아잇음의 가장 간단한 정의는 순간마다 환경에 반응하고 있음일 것이다 그러나,.'안되면 비올라처럼이라도..'  말이야 쉽지, 든든하게 키를 잡고,주변의 변화에 부화죄동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수용하며 생생한 음악처럼 잘 흘러간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요소요소에서 어벙벙, 사오정이 되기 십상이다. 오케스트라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올라에 대해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도,큰넘이 들으면 무슨 그런 사오정 소리냐고,'비올라는 비올라일 뿐이고,그냥, 언제든지, 제소리만 제대로 내면 되는 것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긴. 음악도 화음을 맞추는 것과 눈치를 보는 것은 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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