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새 역사 대합실에서
The Corona Australis Reflection Nebula
Artist: David Malin
Size: 24x36 inches
그는 여전히 우주선을 타고
초록별을 찾아 다닌다.
지금은 치매의 늪에 빠져
자신이 쓴 시조차
알아보지 못할 지 모르지만
남루한 그를 가만히 지켜 보라,
그는 지금 그대 안의 어느 우주선 대합실에서
보따리에 기대어 잠시 졸고 있는 것이야.
지하방에 얹혀 살면서밥이 다 되는가 보라고 하면
그 차가운 날, 연탄 아궁이 앞에서
꼼짝 않고 밥솥만 지키며 살다가도
어느 아침 섬광처럼 한 줄기 신기가 올라
명경처럼 맑은 시력으로 세상을 보아내던
그 늙은 무녀처럼
그도 그렇게, 어느 순간에
어린 왕자처럼 반짝 눈을 뜨고
그 늪에서도 초록별을 건져 올릴지 몰라.
그리고는 마침내 저 자신도
한 떨기 초록별로 솟아 오를지 몰라.
그러니, 꼼짝 말고 그를 가만히 지켜 보라.
노오랗게 병든 세상일수록
더욱 영롱하게 빛나는 별,
당신은 어디선가 그런 그를 만났던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