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우리는 꽃들이다

해선녀 2006. 5. 18. 09:05

 

 

툇마루에 앉아

사립문밖 내다보는 시골 할머니들이나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날리는 요즘 아이들이나

어중간히, 시랍시고 몇 자 끄적거려 놓고

컴마실이나 다니기 좋아하는 나나

우리는 모두 다 피지 않고는 못배기는 꽃들이다.

 

그냥, 외로워서 그러는 거라고 하지 말자.

그건 누구에 대한 사랑도 아니고 

자기도취이고 중독이라고 말하면 더욱 섭섭하다.

시작은 그랬어도,마침내 거기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세상 사이로 숨길을 트며

무엇으로든 피어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오월의 하늘을 향기로 채우는 라일락도 좋고

논두령 밭두렁에 숨어서 피어나는 콩꽃도 좋다.

독백의 구덕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지만은 않는 

너와 나, 우리는 눈물겹도록 애틋하게 피어나서

반갑게 서로 만나는 꽃들이라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