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학습자의 심리 - 9
1)아우: 그런데, 나의 신체적 감각은 자네의 것과 똑 같은가 아니면, 내 감각은 내 것일 뿐이고, 자네 것은 역시 자네 것일 뿐인가? 나는 나의 눈을 가지고 자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감각이라는 것은 각자 자기만의 것이 아니겠는가.
에보: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우리들의 감각이 같은 종류일지라도, 결국 자네 것은 자네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지. 어떤 사람은 남이 못 보고 못 듣는 것을 보고 들을 수도 있지 않은가. 다른 모든 감각도 마찬가지야.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감각할 수 없는 것을 감각할 수가 있어. 그러니까, 자네의 감각은 자네의 것이자, 자네만의 것이고, 내 것 역시, 나만의 것이라는 게 분명하네.
아우: 내부의 감각에 대해서도 자네는 똑같이 말할 건가? 아니면, 그건 다른가?
에보: 그것도 역시, 꼭 마찬가지지. 나의 내부 감각은 나의 지각내용을 의식하고, 자네의 것은 자네의 것을 의식하고...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을 나도 보고 있는가 하고 물을 수 있겠지만, 내가 그것을 보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그렇게 물은 사람도 물론, 그것을 알 수가 없지.
아우: 좋아. 그렇다면, 우리는 이성도 각자 자기의 것을 가지고 있겠지? 어떨 때는 자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내가 이해할 때가 있어, 자네는 내가 그걸 이해하는지 모르고 있겠지만, 나는 내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안단 말이지.
에보: 우리는 각자 자기 나름의 이성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네.
아우: 자네는 우리가 각기 자기의 감각을 가지고 본다고 해서, 각기 다른 해와, 달과 별 등을 보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것 아닌가?
에보: 물론, 그렇지는 않아.
아우: 우리는 한 가지 물체를 동시에 여럿이서 볼 수가 있어. 각자 개인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우리가 동시에 바라보고 있는 그 대상을 모두 함께 지각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러니까, 나의 감각은 자네의 감각과 다른 것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네와 내가 보고 있는 그 대상은 다르지 않고 같은 것으로, 우리 각자에게 동시에 한꺼번에 제시되어 보이는 것이지.
에보: 그건 분명하네.
아우: 목소리도, 우리는 동시에 한 목소리를 각자 들을 수 있지. 나의 청각과 자네의 청각이 별개의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동시에 듣고 있는 그 목소리는 우리 두 사람에게 똑 같아 주어진 거야. 그렇다고 그 목소리의 한 부분은 내가 듣고, 다른 부분은 자네가 듣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소리든지 간에,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하나의 전체로서 주어졌고,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동시에 들린 거지.
에보: 그것 역시 분명하네.
아우: 그러면, 다른 감각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보세나. 우리가 시각과 청각에 대해 옳다고 말한 것은, 전적으로 틀리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다른 감각들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 않다네. 자네와 나는 같은 공기로 폐를 채우고, 냄새를 맡음으로써, 같은 경험을 한다고도 할 수가 있어. 우리는 꿀 한 모금도 함께 맛볼 수가 있고, 음식이나 음료 같은 것도 함께, 그 맛을 즐길 수 있네. 그런데, 그 대상은 한 가지이지만, 우리의 감각은 서로 달라서, 내 것은 내 것, 자네 것은 자네 것이 아닌가. 같은 냄새와 같은 맛을 경험하면서도, 자네가 나의 미각을 가지고 경험하지 않고, 나 또한 자네의 것으로 경험하는 것은 아니네. 우리 공동의 소유라고 할 감각이라는 것은 없는 거지. 내 감각은 오로지 나의 소유이고, 자네 것은 자네만의 것, 아무리 우리 두 사람이 한 가지의 냄새나 맛을 경험한다고 해도 말이지.
우선, 그 점에서는 미각이나 후각도 시각이나 청각에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 그렇지만, 아무리 우리 두 사람이 똑같은 공기를 우리 콧구멍으로 들이쉬고, 똑같은 음식을 맛본다고 해도, 나는 자네와 똑같은 공기의 입자를 들이쉬거나, 똑같은 부분의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다르지 않는가. 내가 한 부분을 먹고, 자네는 그와 다른 부분을 먹는 거지. 그리고, 공기 속에서 숨을 쉴 때에도, 나는 내게 충분할 만큼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자네도 또한 자네에게 충분할 만큼, 같은 공기의 다른 부분을 마시지 않는가. 당신과 내가 각기 한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당신과 내가 함께 어떤 말을 전체로서 듣거나, 어떤 형체가 우리 눈 앞에 나타났을 때 전체로서 그것을 볼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둘이 똑같이 그 음식을 전체로서 먹을 수는 없다는 말이지.음식이나 음료의 어떤 부분이 내 몸 속으로 들어가면, 자네 몸 속으로는 다른 부분이 들어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에보: 그건 이제 확실해졌다고 나도 생각하네.
아우: 자네는, 지금 그런 점에서, 촉각은 시각이나 청각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나? 우리 둘 다, 같은 물건을 만져 봄으로써 같은 물건을 경험할 수 있어. 그런데, 자네도 내가 만져 보는 것과 똑 같은 부분을 만져 볼 수 있으니까, 우리는 같은 물건일 뿐 아니라, 그 물건의 같은 부분을 만져 보는 촉각의 경험을 할 수 있지. 그러니까, 우리가 함께 같은 음식을 먹을 때에는 둘이 똑같이 전체를 먹을 수 없는 것이지만, 촉각의 경우에는, 자네도 나와 똑같은 것을 만질 수 있고, 똑같이 그 전체를 만져 볼 수 있으니까, 그것은 우리 앞에 상이 차려져 있는 음식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지. 자네는 어떤 한 부분만 만지고 나는 그와 다른 부분을 만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그 물건 전체를 만지고 있어.
에보: 그런 점에서 보면, 촉각은 우리가 얘기한 앞의 두 가지 감각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인정하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시각의 경우에는 우리 둘 다 동시에 어떤 것의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 촉각의 경우에는, 어느 한 시점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부분을 만지고 있지 않은가. 동시에 같은 부분을 둘이 다 만지고 있을 수는 없지. 자네가 손을 치우지 않고는, 자네가 만지고 있는 부분은 내가 만질 수는 없으니까.
아우: 자네는 참 주의깊은 대답을 해 주었네, 그러면, 좀 더 깊이 따져 봄세. 우리는 감각 중에서 어떤 것은 두 사람이 공통으로 경험할 수 있지만, 어떤 것은 각자 따로 경험할 수 있다고 했네. 말하자면, 각자 자기 자신의 감각을 혼자서 느껴야 한다는 것이지. 나는 자네 감각을 느낄 수 없고, 자네는 내 것을 느낄 수 없고, 어떤 물체를 신체적으로 지각하면서 우리가 함께 그것을 경험할 수가 없고 오로지 혼자서만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예컨대, 자네가 내가 먹는 것과 똑같은 부분을 먹고 소화시킬 수가 없는 음식이나 음료의 경우와 같이, 그것을 우리 속에 받아들여서 그것이 변화되어야만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경우라는 말일세.
나의 미각이 어떤 맛있는 음식을 경험하고 있을 때에는, 아무리 소량이라도, 나는 그 음식의 일정분량을 받아 들여서 그것을 내 몸의 구성요소로 바꾸어 놓게 된다는 거지. 그렇지 않다면, 씹고 있던 음식을 입에서 꺼내어 버렸을 때 아무런 맛도 내 입안에 남아 있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콧구멍으로 빨아들이는 공기의 입자에 대해서도 역시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네. 자네는 내가 숨을 내쉰 공기의 일부분을 들이쉴 수는 있지만, 이미 내 몸의 자양분으로 되어버린 공기를 들이쉴 수는 없어. 나는 그것을 다시 내쉴 수가 없기 때문이지. ...
이렇게, 그 물체를 분해해서 우리 몸의 일부로 만들어야만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다른 모든 감각 가능한 물체에 대해서는, 동시에든지 따로따로든지 간에, 내가 경험하는 전체나 부분을 자네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이 똑같은 것을 경험할 수가 있는 것이네. 그런 경험의 예는 빛, 소리, 그리고 우리가 경험하는 동안에 그것을 파괴하지 않아도 되는 모든 물리적 대상들에 대한 결험들이지.
에보: 잘 알겠네.
아우: 그래서 말이지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그것을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물체는 우리의 신체 감각 그 자체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을 가진 것이 분명하네. 그것들이 우리 두 사람에게 공동의 소유라는 것은 그것들이 변질되거나 변형되어서, 사실상으로, 우리 각자의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소유물로 되어 버리지 않기 때문이지.
에보: 나도 그런 것 같네.
아우: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소유물” 이라고 한 것은, 우리 각자가 혼자서만 가지고 있고, 혼자서만 경험하며, 물론 자기의 본성에도 잘 맞는 것들이라는 뜻이지. 그리고 “공동의 소유물” 이라고 비유적으로 말한 것은 물론, 나뉘어지거나 변화되지 않으면서, 지각될 수 있는 모든 물체들을 말하려는 것이었네.2)*
3)外面의 人間4)*은 신체적 감각을 가지고 물리적 대상들을 지각한다. 우리가 쉽게 관찰할 수 있듯이, 신체적 감각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는 다섯 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의 감각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탐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 중에서 어느 한 가지에 대해서 우리가 발견한 사실들은 다른 것에도 적용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시각은 다른 어떤 감각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것이므로, 눈에 대해 발견해낸 근거들을 다른 데도 활용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눈은 매우 미세한 특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감각보다도 우리의 마음의 눈이라는 것에 가장 근접하는 것이다.
우리는 물체를 보는 일에 관련된 다음의 세 가지에 대해 뚜렷이 구별하고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간단하다. 첫째,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들-예컨대, 돌맹이, 불꽃, 등,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런 것들이다. 그것들은 물론, 우리 눈에 띄기 전에 분명히 존재한 것들이다. 다음으로, 보는 행위(vision)로서, 우리의 감각에 제시된 물체를 지각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 번째로, 물체가 우리 눈에 보이는 동안에 감각을 그 물체에 고정시켜 놓는 요소로서, 마음을 쓰는 관심,또는 의도(animi intentio)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으로서, 각기 뚜렷한 성격을 가진 것이다.
1) 「자유의지」, ⅱ, 15-19.
2) *: 이 부분은 4장의 “數의 근본 의미”에서 계속된다.
3) 「삼위일체」, ⅺ, 1-5.
4) *: “外面의 人間”(exterior homo)이란 신체적 측면에서의 인간으로서, 정신적 측면의 인간인, “內面의 人間”(interior homo)에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