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내가 두려운 것은

해선녀 2006. 3. 25. 04:18

 

 

 

말의 한계를 느낄 때

누군가가 그것을 말해 주어도

그것이 다가 아님을 느낄 때,

나로부터 끝없이 물러나서

팔짱을 끼고 지긋이 나를 응시하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

신이든 진리이든 영원이든,

말해질 수 없는,그러나 분명히

거기 있는 그 여유와 공백,

나는 벼랑에 서서 새만금 물막이 공사하듯,

자꾸만 그것을 채우고 싶어 안달한다.

꿈도 아니게, 날개도 없으면서.

지금처럼 이렇게. 그러나,

내가 두려운 것은 그 허당에 빠지는 것보다

내가 빠져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