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저 차밭에 서면

해선녀 2004. 5. 5. 18:18

 

 


 

 

 

 


저 차밭에 서면


갈피 갈피 내 골 속에

숨어 있던 상념들이
지구자장에라도 이끌린 듯

풀려 나올 것 같다.  



행간마다 눈망울 굴리던

모순과 절망과 무관심과 맹목들이
몽둥이를 든 도깨비들처럼 우루루
몰려 나왔다가도

 

향기로운 노래와 사랑이 물결치는
저 너그러운 우주의 질서를 만나
봄눈 녹듯, 녹아들며
고개를 수그릴 것 같다.

 

굳이 찻잎 다려 마시지 않아도
언젠가 저승사자가

찾아 오는 날에도
초록 밭이랑에 앉아 숨을 고르고  

 

이승의 바람결

함께 어르고 만지다가
어깨동무 하고 콧노래라도 부르며

이랑 이랑 살랑대며

건너갈 수 있을 것 같다. 



저 차밭에 서면.  


 

 

 

 


 

 

( 미루님 보성 차밭 다녀 오신 글에 답글로 썼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