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가슴은
살살 붓질만 해도
불면의 실핏줄들 사이로
박리의 파열음을 내며
묵은 시간표들을 드러내지.
박제가 풀리고,
가슴 속 이정표들도 애벌레처럼
구물구물 살아 나와서
날갯짓을 하며 날아 나오지.
우리는 호수 위를 날면서
물길을 알아차리던 새였어라.
지금은
그 호수를 지나,
망각의 늪도 지나,
그대와 나,
연록의 봄물 가득한
숲을 건너갈 때,
통증의 습관을 풀고
날갯죽지를 털며
숲을 사뿐히 건너질러야 할 때.
벌써, 눈앞에,
무성한 여름 숲이 다가오고 있네.
그대와 나,
연두빛 날개를 풀어
날아 오르자.
이제는 우리
물이 보이지 않아도
물길의 지형쯤은
뱃속으로 다 아는
그런 새들이 되어 있지 않는가.
동족으로 난 작은 창문에
햇살이 퍼져 올 때쯤
연두빛 작은 가슴들,
그대와 나,
서로의 깃털로 부벼 열고
우리 함께 날아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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