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연두빛 조감도

해선녀 2004. 4. 22. 22:20


  

 

우리들 가슴은

살살 붓질만 해도

 

불면의 실핏줄들 사이로
박리의 파열음을 내며

묵은 시간표들을 드러내지.

 

박제가 풀리고,

가슴 속 이정표들도 애벌레처럼

구물구물 살아 나와서

날갯짓을 하며 날아 나오지.

 

우리는 호수 위를 날면서
물길을 알아차리던 새였어라.

 

지금은

그 호수를 지나,

망각의 늪도 지나, 

 

그대와 나,

연록의 봄물 가득한

숲을 건너갈 때,

 

 

통증의 습관을 풀고

날갯죽지를 털며

숲을 사뿐히 건너질러야 할 때.

 

벌써, 눈앞에,

무성한 여름 숲이 다가오고 있네. 

 

그대와 나,

연두빛 날개를 풀어

날아 오르자.

 

이제는 우리

물이 보이지 않아도

물길의 지형쯤은

뱃속으로 다 아는

그런 새들이 되어 있지 않는가.

 

동족으로 난 작은 창문에

햇살이 퍼져 올 때쯤

연두빛 작은 가슴들,

 

그대와 나,

서로의 깃털로 부벼 열고 

우리 함께 날아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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