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새를 기다리며 2
해선녀
2004. 3. 30. 13:09
매일 기다렸지만, 오늘도 창문에 하얀 달빛이 흐르도록 붉은 새는 오지 않았다. 거실 앞 어둠 속에서 불타는 진홍색 베고니아 화분 하나, 건너편 숲에서 잠 못들고 보채는 어린 새 소리 하나. 저 꽃불이 너무 밝아서일까 늦도록 창가에서 서성이며 나도 잠이 못들어 한다. 쪼비쪼비쪼비쪼비쪼. 쪼비쪼 쭈르르르르르르르 쭛 쭛 휘이익, 휘이익, 휘이익 창 가까이에서 새소리만 나면 숨을 죽이고 내다 본다...
드디어, 오늘 저녁, 날아와 앉는 붉은 새. 촉촉 초옥, 촉 초오옥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붉어서 번만 봐도 망막에 각인되는 새. 젊은 날 내 영혼을 찌르던 새 나를 기억하는 지 물을 도 없이 을 멈추고 바라만 본다. 황홀하다.
2002.04.

다시 올림: 2005.03.30.
4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