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아침
해선녀
2004. 3. 26. 09:14
저 아둔한 가로등은
간밤에 제 눈으로 본 장면들을
기억이나 하고 있는 걸까?
또각또각 코 밑을 걸어가던
젊은 여인의 조붓한 어깨도
고3 수험생의 하얀 얼굴도
다 잊었을 거야.
밤이 늦도록
포장마차 안에서 흔들거리며
정치얘기에 열을 내던 그 사람들은
벌써 또 출근들은 했을 테지?
창 밖을 내다보며
아침 공기를 즐기고 있는
아젤리아꽃 베란다 너머로
아직도 휑뎅그렁한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켜는 골목길 한가득
환한 햇살이 걸어 오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