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씬시내티의 봄이 오는아침

해선녀 2004. 3. 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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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비낀 보도를 혼자 걷는데 비들기 한 마리가 톡톡 내 앞장을 서네.

빈 집 마당 마른 넝쿨 늘어진 나무가지에 새 소리가 요란하다. 하얀

십자가 달린 교회 뒷뜰에 웬 폐차 한 대가 쳐박혀 있네. 녹쓸어 찌그러진 그

안에 쫓겨갔던 겨울 바람이 아직 고여 있는데 하얀 반소매 죠깅복에  하얀

이를 반짝이며 웃는 흑인 여자 뒤에 밝은 얼굴의 백인 남자 하나도 미소하며

달려 간다.

 

하얀색 페인트를 갓 칠한 집 정장을 갖춰입고 교회로 떠나는 가족들의 웃음

소리가 아침 공기를 흔든다. 가슴이 찡해진다. 젊은 날의 기억이 언덕 아래까지

그들을 따라 간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난다. 메이플

나무 가지 사이로 비껴 내려온 연한 햇살이 나직나직 천천히 걸어가는 내 앞을  

아른대며 퍼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