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선녀 2004. 3. 9. 04:21

 

 

 

새벽에 잠이 깨면 

모래톱에 오른다.

억새와 풀벌레 벗하며 

홀로 모래톱에 오른다.


 

모래톱에 엎으러져 숨을 고른다.

어머니 등처럼 따뜻한

당신이 나를 업고 어른다.


 

깊은 숨을 쉰다.

먼 길을 떠내려 왔구나.

무거운 몸 여기에서 풀고

어지러운 마음도 간추리거라.


 

두 팔로 내 엉덩이를 받쳐 올려

다시 한 번 나를 추스려 주는 당신.


 

눈가의 주름살처럼 쌓인 이야기를 

당신의 등에 대고 풀어 놓는다.

그래, 그래. 그랬구나...


 

그러나 아침이 오면, 아, 

당신은 나더러 그만 가라고 한다.


당신은 그대로 남고

나만 이제 떠내려 가라고 한다. 


 

그리움도 아쉬움도

다 당신한테 묻어 놓고

바다로 떠내려 가라 한다.


 

두 팔을 스르르 푸는 당신,

새벽의 모래톱에

나를 밀어내는 새 물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