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로, 모든 일을 최대한으로 미루었다가 한 두름에 꿰어 정신없이 바쁘게 해치우는
악습을 가지고 있다. 집안 일이 특히 그런 식이어서, 항상 음악부터 틀어 놓아야 하고,
빨래와 청소는 물론이고, 요리나 설거지를 한꺼번에 해야 되고, 스 레인지의 불을 한꺼번에
몇 개를 사용해야 긴장감 있게 요리를 하는 재미를 느낀다. 손동작 한 번도 낭비가 없게
움직여야 기분이 좋다. 밖에 나가는 일도 될수록 안나가다가 꼭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길 때
한꺼번에 해치운다. 그 날 일도 바로 나의 이런 게으른 놈이 짐을 많이 지는 습관이
화근이었다.
은행 창구의 그 직원이 전화를 했을 때, 어쩐지 심문하는 듯한 말투여서 좀 기분이 나빴지만,
나는 경위가 밝혀질 것이 뻔한 일이었으므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적어도,
, "미안하지만, 착오가 생긴 것 같으니 확인 좀 해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공손히 말했어야 했는데,
그는 다짜고짜, 자기가 돈 16만원을 받지 않고 영수증과 잔돈을 내게 내주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확실히 돈을 낸 기억이 있었으므로, 그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그녀는 은행의 폐쇄회로 카메라에 다 찍혀 있을 것이니 그걸 보면 알 것 아니냐고 하면서 자신
만만하게 전화를 끊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집으로 올라 가서 은행에 입고 갔 던 옷과 들고 갔던 가방까지 다 뒤져
본 후에야, 은행에 다시 내려 갔다. 내가 현금 인출기에서 꺼내 온 70만원을 먼저 내고 다시
20만원을 더 꺼내와서 그 중 15만원과 잔 돈을 내려했던 일, 지갑을 뒤져 보고 잔돈이 모자란
걸 알고 다시 만원을 더 꺼내어 주고 거스름을 받은 일, 그리고 나서 손에 남아 있던 4만원과
잔돈을 지갑에 넣은 일들을 하나 하나 다시 설명을 하고, 내가 아닌 다른 데서 일어난 착오일
것이니 잘 알아보라고 당부하고는 바쁜 길을 떠났다. 나는 있었던 일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화를 내고 어쩌고 할 겨를 조차 없었다. 그 때에도 그녀는
다시 카메라 이야기만 반 복하였다.
휴대폰 번호를 일러주고 은행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 생의 차에 올라 외출하기 위해
서둘러 나오다가 반쯤 내려 놓은 은행 문 셔터에 앞이마를 부딪쳤다. 그 때서야, 나는
그녀가 왜 마지막에라도, "아, 그렇습니까? 심려를 끼쳐 드리고 여기까지 다시 오시게 해서
미안합니다"라 고 하면서 나를 일단 보내 놓은 다음에, 정 의심이 나면 카메라를 보든지
계산을 다시 해 보든지 하지 않고 그렇 게 닷짜고짜로 사람을 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은행은 바로 우리 아파트 1층에 있었고 그 돈은 아파트 관리비가 포함된
공과금이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동생이 분개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도 점점 더 괘씸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지만 카메라 로 확인한다니 차라리 잘 되었지 싶었다. 그런데, 조금 후에 걸려 온
전화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은행 CCTV 화면에 내가 돈을 지갑에 넣는 장면이 나왔다는
것이 아닌가? 것도 내가 은행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계속적으로 찍힌 것인가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건 내 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 다른 뜻일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장면은 내가 거스름돈을 넣는 장면일 것이 라고 하고, 그 이전에, 내가 지갑의
돈을 꺼내어 세어보고 돈이 모자라서 그 돈을 지갑에 넣고 다시 바깥의 CD기 로 나가는
장면, CD기에서 다시 뽑아온 20만원 중에서 15만원을 세어서 내는 장면, 만원을 더
꺼내서 내는 장면 은 다 확인했는가, 거기 나왔다는 장면은 그 장면들 중의 어느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물었 다. 그녀는 화면에는 내가 문을 들어서는
장면부터 계속 다 나오는데 그런 장면들은 하나도 없고 돈을 지갑에 넣 는 장면만 나온다는
말을 되풀이하였다.
이럴 수가! 그러면, 나는 CD기에서 꺼내온 돈을 카운터 앞에서 지갑에 넣기만 해놓고 영수증을
받았다는 말인가? 나는 지갑을 다시 들여다 보고 원래 있었던 10만원, 잔돈 천원, 그리고
20만원에서 남은 4만 8천원, 그리고 추도예배에 가지고 가려고 방금 산 꽃값 1만5천원을
몇 번씩 다시 계산하느라고 정신이 멍멍해졌다. 마치 자신이 살아있으면서도 정말 살아있는지
제 살을 꼬집어 보 고 있는 사람처럼 바보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제서야 심정이 착잡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함으로써 우리는 존재 한다고 했지 않는가. 그냥 혼자서
실수만 하는 것이 아니 라, 실수하는 존재들을 또다시 실수로 바라보는 것이 우 리 인간들이다.
인생은 한갓 그림자에 불과한 헛된 존재 들의 허망한 꿈에 불과하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헛 되고 또 헛되도다. 그것은 거의 인간의 수만큼 무한대로 거듭되는 실수 때문이리라.
바쁜 와중에서도, 나도 그녀가 어쩐지 처음부터 마음에 안드는 느낌이 있었다는 것까지
기억이 났다. 나는 지 난 달 아파트 관리비를 놓쳐서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두 달 치를
한꺼번에 꼭 내리라 하고 그 날, 마지막 날에야 은행에 내려갔던 것이다. 은행에서 먼 곳에
살았 을 때에는 혹시 마감 날을 넘길까봐 외출할 일이 있을 때 미리 은행 일을 처리하는
일이 많았는데, 은행과 같은 건물에 집이 있고 보니, 이젠 아무 때고 냉장고 문 열 듯이
은행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더 게으르게 만든 것 이었다. 그러나, 그 날은 나도
좀 심했다. 월말인데다가 휴일 전날, 그것도 마감시간이 임박해서, 외출 길에서야 은행을
들리게 된 것이었다.
먼저 70만원을 CD기에서 꺼내고 나서 20만원을 더 꺼내 려고 하니까 거래중지 싸인이
나왔다. 마감일의 마감시 간, 거래량 폭주로 상대방 은행이 전산장애를 일으켰단 다. 은행
안의 출금기는 이미 닫혀 버렸고, 창구로 가서 70만원을 우선 맡기면서 밖으로 나가서 돈을
더 꺼내 와 도 되겠는가고 물어 보았다. 그렇게 하라고 말해주는 그 녀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껌을 으적으적 씹고 있는 그녀의 빨간 입술이 눈에 들어 왔다. 은행창구라는
곳과는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그 장면이 머릿속에 입력 이 되지 않고 튕겨져 나가면서,
약간 쉰 듯한 그녀의 목 소리에 어쩐지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다.
그 때, 종종 홀 안을 서성이면서 고객들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마음 좋은 인상의 차장이 아는
체를 하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에게도 거래중단된 CD기 이야기를 했던 참 이었다. 바로 이
친절한 아저씨가 오늘 너무 바쁘게 일한 창구의 아가씨들에게 방금 전에 저 껌을 하나씩 돌린
것 이 아닐까 하면서 그 상황이 내 머릿속에 정리되었다. 마지막 손님인 내가 너무 늦어서 그런
편안한 은행분위기 도 볼 수 있었던 거였을테지....
친정 숙부님의 추모예배에 가면서 나는 내내 마음이 편 치 않았다. 동생은 그런 사람들에게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다고 누나는 구구하게 설명을 하고 있느냐고, 전 화기를 뺏다시피
하더니, 그 직원에게 상관을 바꾸라고 했다.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영수증까지 준
사람 이 그렇게 불손하게 고객을 대하느냐, 사과해라. 소리를 꽥 질렀고 사과하지 않으면 이
일에 대해서 당신들 홈페 이지에 그대로 올리겠다고까지 하면서 화통을 터뜨렸다. 담당
과장은 아직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검토 중이니 기 다리라고 무뚝뚝하게 말하고 끊어버린다.
속이 뒤틀렸다.
그래, 당신들에게는, 내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 쯤은 그저 당신들이 오작동한 기계가 조금
열을 받고 있는 것 그 이상으로 대단한 일이 아니란 말이지. 내 설명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고 오로지 카메라가 찍은 화면만이 해답을 가지고 있단 말이지. 그럴 양이면 왜 나에게
묻기부터 했는가? 먼저 카메라부터 보았을 일이지. 그녀가 영수증을 잘못 발급했다고 해도,
그것을 일단 받은 사람 은 돈을 내지 않아 놓고도 냈다고 한다는 것을 그들은 많이 겪어
왔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그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을 때는 일단 믿어주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은가?. 아니면, 그들은 이미, 사진을 보아도 모든 사실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그래서, 카메라에 모든 것이 다 찍혀 있다는
말로 먼저 협박을 해야 내가 진실을 말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카메라,
카메라..., 그런 무기를 들이대지만 않았어도, 그냥, 우리도 좀더 확인해 보겠다고,
미안하다고만 하였어도, 나는 그렇게 범행 용의자처럼 거짓말 탐지를 받고 있다는
모욕감과 불안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예배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 저쪽 방에서 휴대폰이 계속 울려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밤 9시가 넘도록 퇴근도 하지 않고 있은 모양이었다. 과장, 차장, 차례로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창구사고는 아니고 내부계산 착오란다. 이제 와서 계산착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또 잘 입력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정말로, 계산착오를 발견한 것이었을까?
그냥, 차액을 매꾸어 넣기로 하고 공휴일 전날의 늦은 퇴근을 투덜거리며 서두르고 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건, 나에게 더 큰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건, 죄 없는 파출부에게 난데없이 반지가 없어졌는데 네가 가져가지 않았냐고 다
그쳤던 주인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말해 주지도 않았던 그 반지를 찾아냈으니 우리 집에
계속 와도 좋다고 하는 것과 같지 않나?
그들은 정말로 계산착오였다는 것을 내게 증명해 보여 줄 수가 있을까? 그것도 딱 16만원
그 정도가 빈다고 했 는데? 그들은 이제 일단 내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소 동만은 벌리지
않도록 내 입을 막으려 하는 것 아닐까? 그들이 카메라를 무기로 썼듯이 내가 인터넷을
무기로 쓰면 이번엔 자기들이 골치가 아파질 것 같아서? 그 파출부가, 돈 많은 주인이 자기에게
두었던 혐의는 버리지 않은 채, 자기를 계속 주시하게 될 것이라는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면,
그녀가 너무 예민하다고 나무랄 수 있겠 는가? 그것도, 그 집의 약점에 대해서 밖에
나가서 떠들 까봐, 그것이 무서워서, 내보내지도 못하고 그냥 그 집에 계속 오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계산 상의 착오라고 해버리면, 그 반지가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알려 주지 않 는 경우나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내가 낸 돈이 수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무슨 권리로 나에게
이렇게 마음대로 병주고 약주고 하는가?
게으르고 바쁜 나는 이제, 다급할 때나 심심할 때나, 집 에 있는 냉장고를 열듯이 은행 문을
스윽 열고 들어가서, 그들에게 특별히 나쁜 기억이 없는, 아무도 아닌 사람으 로, 눈에 띠지
않는 옷차림으로, 지갑도 마음대로 열고 닫 으면서 돈을 계산하고, 때로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차도 한 잔 뽑아 마시고, 왔다 갔다 하다가 슬슬 집으로 올라 오는, 그런 낭만 아닌 낭만이나마
뺏겨버린 것 아닐까? 그럴 수 있는 은행을 가졌다고 기뻐한 것이 또한 나의 실수였던가?
게으르고 바쁜 내 생활 전체가 하나의 실수 덩어리인 것을. 그녀를 탓할 수가 없는 것일까?
이튿날, 그녀는 휴일을 쉬고 있는 꽃집 아줌마까지 동원 해서 꽃배달을 해왔다. 그냥
가져가게 했는데 어느 사이 에 다시 밖에 와 있었다. 나는 왜 아직 그녀의 실수까지 다
사랑하지 못하는가? 계산 착오, 그녀의 가장 큰 실수 는 그것이 아니었는데, 그녀는 아직도
너무 바빠서 잘못 계산했던 것뿐이라고, 그게 미안해서 꽃까지 보냈는데 받아주지도
않는다고,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사람 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고,
미안하다고 하는 그녀의 목소리도 듣기 싫었다. 내가 또 실수하는 것일까?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은행 지점장과 차장까지 아파트 문을 두드렸다. 나는 아직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서 문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이
없다고 자꾸 사과만 하였다. 나는 인터폰으로 내게 중요한 것은 사과가 아니고 사실일 뿐이니,
그 일이 어떻 게 그렇게 된 것인지만 밝혀 주면 되고 만날 필요는 없다 고 했다. 나는 그것이
더 진실한 사과라고 생각했다. 그 카메라 이야기는 쑥 빼놓고 무슨 사과를 한단 말인가?
그러나 돌아가서도 자꾸만 전화를 했다. 결국, 나는 그 카메라의 사진은 내 행위 전체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 다는 것, 그 아이는 자신의 오랜 경험에서 온 감각으로 그 게 밀어
부쳤다는 것,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둔 것은 윗사람들의 잘못도 크다는 것, 이번 일로
전직원이 그런 잘 못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 ... 이런 등등의 사과를 들었지 만, 그래도 개운치가
않았다. 그런 말들이 사실을 다 말 해 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그들이 카메라의
화면으로 나를 의심했듯이, 똑 같은 화면으로 내가 돈을 냈 다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를
확인시켜 달라고 요구하다가, 혹시, 그 "내부계산"이라고 한 것이 어떻게 잘못되었 는지를 보여
줄 수는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들이 하도 그 카메라에만 근거를 대고 위협했으니까 나도
카메라에 만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산은 계신기나 컴퓨터가 했을 터인데, 착오가 어떻게
가능했다는 것이지, 나는 상 상하지도 못하면서 물었던 것이다.
차장의 답변은 의외였다. 그는 당장, 그건 간단 하다고 하면서, 그제서야 그가 다시 가지고
올라온 은행보관용 영수증 철들의 뒷면에 과장이 계산했던 숫자 들이 손글씨로 적혀 있고,
그 중 하나에서 일만 육천원 가량의 숫자를 십육만 몇 천원으로 잘못 계산된 것이 있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왜 처음부터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나를 안심 시킬 수 없었을까? 그 놈의 카메라,
CCTV 카메라가 문 제였다. 우리는 다 같이 그것에 정신을 뺏기고 거기에 붙 들려서 그
위력을 과신하고 있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 다. 갑자기, 은행이라는 곳의 업무 전체가 사람을
그 놈 의 기계로만 들여다 보고 평가하고 조종하고 있다는 것 을 내가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내가 그 위 력을 두려워할 것을 믿고 있었기에, 어쩌면, 그 필름을 돌려보지도
않고 나에게 으름장부터 놓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간적인 만남이나 믿음은 그 놈의
카메 라에게 밀부터 저당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내가 그렇게 완강하게 부인하는 것을 보고 나서 야, 그 계산을 다시 검토해 보았고,
그 실수를 깨닫고 나 서는 내게 너무 미안해져서 또 다시 그것을 차근히 설명 할 여유를
가지지 못한 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 이니, 그들은 원래부터, 일단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사과만 하면 그만이지, 그것을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오 로지, 기계조작이 잘못되었을 때, 취소 버튼만 누르면 되
듯이, 사과한다는 말을 전하기에만 급급햇고 그것만 하 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치, 무턱대고 반지를 찾 았으니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집주인 처럼.
그들은 아무 자료도 가지지 않고 부리나케 인터폰 카메라 앞에 와서 서 있던 모습이 우스운
생각까지 들었 다. 지점장 씩이나 와서...
차장은 고객의 편의를 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고 생각하기에, 이 일은 현재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되어 버렸다고 하면서 그녀를 해고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건 내 눈치를 보기
위한 것이었음이리라. 내 말 한 마디가 아파트 전체에 퍼지면 그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것이었으므로... 나는 어떤 장사든지 다 道라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고객에 대한 자세
문제이기 이 전에 인간과 인간의 만남의 기본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 고, 오히려, 그런 베태랑을
그런 실수로 해고하는 것보다 좋은 교육기회로 만들어 달라고, 당연히 그렇게 말했다.
그래 보았자,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또 기계를 통하지 않고는 서로 만날 수 없고, 만나 보았자,
그 기계에 입력된 그 사람의 정보와 그것을 토대로 한 실리와 명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그런
사람들로 돌아갈 것이다.. 다만, 그 후로 그 은행에 가면, 그녀나, 그 차장이나, 나나, 서로 볼
때마다 그 일을 기억해야 했고, 실수로 만난 사람들이라, 서로 더 조심하고 친절해졌다고나
할까. ...나도 게으름 대문에 그렇게 많은 짐을 지게 되었다는 것을 그 때만이라도 기억하고
반성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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