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남대문 시장

해선녀 2004. 2. 24. 06:23

 

 

 

 

삶의 한가운데를 지나간다는 그 버스를 탔다. 늘 그냥 지나가던 곳을 나도 모르게 내려버렸다, 전생에선가, 와 본 것

 같은 미로 같은 복잡한 골목에 온통 가면들이 흔들리고 있다. 가면들 속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가면들 써 보기도

하는데  언젠가 본 듯한 얼굴이 자기를 사라고 한다. 당신 진짜예요? 진짜 아닌 것이 어딨소. 당신이 날 알아 보는 건

내 안에 당신이 들어 있다는 거라오  돌아오는 버스 차창에 낯선 가면 하나가 계면쩍게 웃고 있었다. 그래, 네가 나였어. 

오늘 아침에도 나는   낡은 가면 하나 쓰고 삶의 한 가운데를 지나간다는 그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단감 한 쪽 입에 물듯 그렇게 어떤 가면도 내가 척 쓰고 나올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