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시월의 강도 흘러 가고

해선녀 2005. 10. 30. 16:54

 

 

휑하니 달려나온 줄만 알았던 시월의 신작로

그러나 신작로는 신기루에 불과했다.

 

천지사방이 지평선 뿐인

가도 가도 끝없는 대지가 나를 가두고

나를 끝없이 원점으로 되돌려 세운다.

 

오래된 고샅들의 기억들이 쏟아져 내린다.

내 기억인지 너의 기억인지도 모를

이 곳에 살던 수우족  어느 아낙의 것인지도 모를

기억 조각들이 질펀히 대지 위에 쏟아져 흐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어야 했는데.

슬픔은  기쁨을 낳는 산고였어야 했는데

내 기쁨은 어쩌면 사생아였고,

내 슬픔은 혹시 불임이 아니었는지?

 

흐르는 강물에 대차대조표 같은 건 없다.

저 동쪽 끝에서 떠오르는 해에 잠시 몸을 말리고

먼저 떠난 시월을 따라 나도 유유히 흘러 가리라.

강물이 바다에 닿으면 다시 강으로 돌아 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