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고별(告別)

해선녀 2004. 1. 29. 11:20
 
 
너와 나 사이
오고 감을 수 천번을 거듭해도
너에게로 가는 길이 내겐 열리지 않았다.
 
고추잠자리들도 줄 지어 난다.
계곡을 건너지르지 못하는
나와 너 사이의 거리를 눈치챈 것일까?
빙빙 돌며 시위하다 가네.
 
계곡 아래 핀 꽃들도 웃으며 말한다.
한 자리에서 수 천년을 함께 피었어도
나와 너의 거리를 채우지 못했다네.
장치된 거리 설정된 이별일랑
케이블 카처럼 서로 바라보며 즐기며 가라네.
 
그래도 나는 지금 외롭다고 말하고 싶다.
이별연습을 얼마나 더 하면
이 이별 아닌 이별을 나도 즐기게 되는 것일까?
 
 
03/08/25

Piano Sonata No.26 in E Flat Major Op.81a, 'Les Adieux' (I악장, 고별) / Beetho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