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숲, 나무, 망초꽃

해선녀 2004. 1. 28. 06:46
며칠 전, 양평에 있는 '우리 땅' 옆에 있는 묘지 하나를 가려 볼 
요량으로 차폐용 향나무를 사려 포천 송우리에 있는 농원에 갔다 오는 
길에 백자작나무가 햇빛에 빛나는 작은 식당 하나를 보았습니다.
 
 
 
그 옆에는, 아주 오래 된 거대한 아카시야 나무 한 그루도 서  
있어서, 막바지의 초록 잎들이 흔들리고 있었는데,그 나무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 집 음식 맛보다도 그 잘 보존된 나무들의 모습이 
흐뭇해서 자꾸만 뒤돌아 보며 왔습니다.
 
 
 
어제는 그 농원을 관리하는 조경사와 양평 '현장'을 답사했지요. 
아, 그에게 물어보니, 그 땅 뒷쪽 숲엔 메타스퀘어, 밤나무 소나무 
산벛나무, 그리고 그 백자작나무도 몇 그루 있었네요.
 
 
 
아, 나는 그 숲을 밀어내고 '우리 땅'을 확보할 생각이었는데...
숲 앞자락, 남은 땅에는 나 만큼이나 생각이 여린 망초들이 한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건너편 산들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흠, 나는 죽어서 저 숲속의 나무는 못되어도 그 숲을 지키는 
저 망초꽃이라도 될 수 있을까? 숲앞에 피어 흔들리며 산 아래 
마을을 그리워 할까? 산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며
존재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끌어안지는 못해도 그런 경지의 영혼들의 
무릎에 앉아 한들거리며 놀 수 있을까?
 
 
 
결국, 뒷숲은 그대로 두고 비에 허물어진 길이나 돋우고 향나무로 
옆의 묘지만 가리기로 하고 그 야산을 내려 왔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이승과 저승 사이만은 분명히 금그어 놓고 싶어서... 
.





 
 
 
 
03/09/26
 
 
 
그림: 나무의 화가 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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