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대지 위에서

해선녀 2005. 10. 24. 16:09

 

 

 

나는 나를 사랑했네.

그러나, 나는 내가  바라는 나를 사랑했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아닌 나를 사랑한 것이었네.

 

그래도 그렇게만 말해 버리면 너무 쓸쓸해.

내가 바란 그것은 내가 피워 올린

안개나 구름쯤은 되지 않을까?

 

선한 의지와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동경과

신의 섭리에 대한 지치지 않는 관심

나는 내 대기권 안에 있는 그것들을 사랑한다네.

 

나는 나 자신은 잘 알지 못한다네.

어디가 구릉이고 벼랑이고 숲이고 늪인지,

강은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나는 언제나 안개와 구름에게 물어야 한다네.

 

그래도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하려네.

영원히 바라고 믿고 싶어 하는 그대로,

종종, 내가 그것이 아님에 부끄러워지는 그대로.

내가 사랑하는 나를 피워 올리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