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아침의 수다
커피 끓이는 소리가 달그락 달그락 나서 나도 잠을 깼어요. 일어나 두 잔을 따루어서 티비를 보고 있는 사람 앞에 갖다 놓고 또 컴 앞에 앉네요...
, 엊저녁엔, 닭 한 마리와 감자 구운 걸로 딴엔 괜찮은 밥상인데도 밥은 안 줘? 그래서, 냉장고에서 나나 먹으려나 남겨 두었던
나물 두 가지에 밥도 내놓았어요. 맥주가 생각나데요. 지하수퍼, 우리집 큰 냉장고 내려가서 맥주 네 캔을 들고 왔는데.. 아직도 속이 안좋은
거로구나...점심때 들렸다가 나갈 땐 저녁 먹고 오겠다더니 다시 전화해서 집에 와서 밥먹겠다고 해서 부랴부랴 냉동샐에 넣었던 고기 다시 거내서
땀흘리며 구웠는데...우리 나뭇꾼, 저이, 맥주는 입에도 못대고 닭을 살살 안내키는 듯 뜯기 시작하더니 감자엔 버터 대신 소금만 찍어서
먹겠다네....
좋아하는 고추장 넣은 양념 통닭, 결국, 찹찹, 포크찹 먹듯 능숙하게, Finger Licking Good, 그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먹던 젊은 시절처럼 손가락을 빨며, 텁텁한 가슴살만 남기고 결국, 한 마리 거의 다 먹고 물김치와 밥도 다 비우네요...냉장고에서 꺼낸 반찬은 절대 안 먹지요. 매번 새 반찬을 해야지...그래서 우린 밑반찬이라는 게 없답니다. 그래도, 눈만 뜨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그래서 지금도, 팬케이크 두 장에 핫독 하나, 도마도 반쪽, 우유 한 컵에 커피는 두 잔째...그런데 왜 저리 살은 안 찌는지요..사람들은 그래요. 집에서 좀 잘 해먹이라고...에구...그냥, 웃지요..지금이라도, 커피는 관두고라도, 담배만 끊으면? 에이, 말을 말아야지..체질인 게지....
어제 아침엔 거기서 저녁, 자고 나면 새벽에 출발해서 메인주의 음악캠프로 가는 자동차 여행길 떠난다는 큰넘의 전화를 받았어요. 지금쯤은 거기 저녁, 나이아가라의 친구네 도착했을라나...엄마, 혈액에는 묽어지려는 경향과 굳어지려는 경향이 있는 인자가 있대요.,그 두 가지가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적절히 조절되어야 하는데, 내 피는 굳어지려는 경향이 너무 많아서 평생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먹어야 한대요...그 수치가 2, 3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약 한 일이냐, 두 알이냐, 그렇게 맞추기가 어렵다네요... 야야,
그래도 약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고 운동과 섭생으로 관리하고, 거기서 주는 좋은 음식도 남기지 말고 잘 먹고, 고기만 먹지 말고 제발, 신선한 야채 많이 먹거라. 아침식사는 절대로 거르면 안돼...그런 잔소리를 했지만 또 더 확인하고 싶지요. 예, 예, 근데 그건 유전이래요...그러던 녀석의 소리가 도무지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아서...지금 또 전화를 하고 싶은 걸 참고 있는 중....얘야, 모든 소질은 다 키우기 나름이고 관리하기 나름이란다...
두 번이나 폐에 혈전이 생겨 한 번은 컴 앞에서 게임을 오래 하다가, 또 한 번은 졸업시험 때문에 도서관에서 죽치고 있다가, 심한 통증을 겪었는데, 그건 참 위험한 일이라네요..혈전에 뇌에 가서 붙을 수도 있고...마음이 너무 짼해요...내가 실제로는 너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었던 거야...말로는 뭐든지 네가 원하는 것 하면서 밥이나 굶지 않으면 되지, 그랬지만 무언의 압박을 주었던 거야.
건강, 건강하는 소리들을 듣기 싫어했던 내가 이제 이 소리를 하게 되네요...어쩌나...네가 운동을 싫어하고 고기만 좋아하는 그 식습관을 고쳐야 하는데...그게 될까...아, 그렇게 되도록 강력하게 더 잔소리를 할 일이지, 미리, 안될 것부터 생각하다니..그것도.습관입니다. 잘 안돼요. 일부러 마음먹고 또 까페에서 또 독려를? 이 모양이니 어떻게 해요. 딱 부러지게 되는 건 되게, 안되는 건 안되게, 수십 번 수백 번이라도 해야지. 그게 부모지...소용없어..저네들 방식대로 결국 할 거야. 계속 헷갈립니다....
이건 눈빛님네 갔다가 남편과 자식으로부터의 자유에 관한 수다에 끼어들려고 쓰기 시작한 꼬리말인데 또 어영부영,너무 길어져서 과감히? 본글로 띄웁니다. 몇 번으로 나누고 잘라내고 그러다가 또 날릴 것 같아서..눈빛님, 마음의 자유는 어차피 평생 못얻는 것 같습니다. 열 두어 살때까지만 챙겨 주고...저도 그런 생각했지요. 그러나, 커가면서, 하기 나름이겠지만, 더구나 머스매들은 챙겨 주는 일, 끝나지 않아요. 저네들이야 알거나 모르거나 간에, 늘 노심초사...그래도, 몸으로야, 결혼만 하면 손떼지요. 그런데, 마음으로는 이렇게 내내 아이들이 지금 무엇 하고 있을까, 거기로 캥겨 있는 걸 어떻게 해요...
그야, 당연하지, 입니까? 하하...하나 마나한 소리를 또 했군요...주절거리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했어요. 차인표 나오는 티비를 보라고. 그 뒤에 친구의 딸이 나온다고...친구의 딸도 딸이지만 친구들은 그 딸을 뒷바라지하느라고 노심초사 애쓰는 그 친구의 부모 마음에 동감을 가지고 보고 싶은 게지요...보았어요...정말, 너무나도 예쁜 딸도 딸이지만 그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우리들의 마음이지....
에구, 안되겠다. 전화를 해보아야 되겠어요. 녀석, 괜찮아, 괜찮아, 그러면서 또 너무 오래 저 혼자 핸들 잡고 가지나 않았는지...한 이십 여일, 여행 갔다 오면, 박사코스냐, 직장이냐, 갈림길이 정해지고 어느 쪽으로든 이사를 갈 것입니다. 신시내티엔 막내만 남고....이삿짐은 거의 싸 두었다네요...다 알아서 잘만 하지들...그래, 지금은 잔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냐...그저,세 식구 휴가여행이나 잘 즐기고 음악캠프 잘 하고 오라고, 엊저녁에 했던 소리나 또 하는 거지만 목소리라도 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