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감꽃 목거리

해선녀 2005. 5. 3. 23:31


 

 


        창밖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네.

        노오란 감꽃 주우러 나오라고, 나오라고

        눈부신 감꽃 목거리 목에 걸고

        고래를 잡으러 가자고, 가자고

        자꾸만 부르네. 손을 흔드네.

        너울 같은 모자를 쓰고 망태기를 매고

       감꽃 목거리를 자랑스레 흔들며

        고래를 잡으러 강으로 갔네.

        고래는 산에서 태어나서 강물을 지나

        바다로 가고 있는 중이라네.

        발등에 와 닿는 눈부신 금빛 물결이

        하도 선뜻하여, 눈을 떴네.

        감꽃 목거리도 없고 아이들도 안 보이고

        아아, 창밖엔 하늘 한가득 연보라빛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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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년 겨울, 오이도 앞바다에서 달빛과 나, 순례자님이 찍어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