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바흐와 요요마와 나
해선녀
2005. 4. 5. 02:05
그 길을 당신은 아시나요?
바흐의 무반주 조곡을 키고 있는
요요마를 따라 나서기는 했는데,
아, 티끌 같은 내 존재여.
가부끼춤을 추는 사람과
아이스 발레 댄서 사이에서 나는 또
길을 잃고 말았어요.
파이프 담배를 피워 문 바흐가
빙긋이 웃고 있어요.
다시 한 번 해 봐.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옷깃들 사이로
그 길이 언뜻언뜻 비치기는 하는데요
성게와 말미잘, 물고기들만 아는
깊은 바닷속 어딘가로
그 길이 통한다는 소문만 무성해요.
바흐를 좋아 하십니까?
붙들 일도 없고 붙들릴 일도 없는 그 길로
바흐의 담배 연기가 사라져 가요.
나만 길바닥에 남겨 놓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