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붉은새, Cardinal...
해선녀
2005. 3. 31. 00:07
Cardinal
,
저 새는 내가 플로리다에서
막내를 낳고 누워 있을 때
창가에 와서 울어 주던 새였다.
이십 여년만에 다시,
오하이오에서 만났던 온몸이 붉은 새,
나는 저 새를 잊지 못한다,
두렵고도 신비스러운 운명의 새...
저토록 붉을 수가 있을까, 신기가 있지 않고서는.
카디날, 붉은새,
그 이름처럼..
.
창문에 하얀 달빛이 흐르도록
붉은 새는 오늘도 오지 않았다.거실 앞 어둠 속에서 불타는
진홍색 베고니아 화분 하나,건너편 숲에서 잠 못들고 보채는
어린 새 소리 하나.
저 꽃불이 너무 밝아서 못오는 걸까
늦도록 창가에서 서성이며잠 못들어 한다.
쪼비쪼비쪼비쪼비쪼. 쪼비쪼
쭈르르르르르르르 쭛 쭛
휘이익, 휘이익, 휘이익창 가까이에서 새소리만 나면
숨을 죽이고 내다 본다.드디어 날아와 앉는 붉은새.
촉 촉 촉 초옥, 촉 초오옥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붉어서
한 번만 봐도 망막에 각인되는 새.젊은 날 내 영혼을 찌르던 새
나를 기억하는 지 물을 수도 없이
숨을 멈추고 바라만 본다.황홀하다.
2002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