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번개시대의 번개팅
해선녀
2018. 7. 16. 09:58
누군가가 말했다.
페이스북은 글들이 너무 짧다고.
누군가는 또 말했다.
소설도 수필도 긴 것은 이젠 안 읽힌다고.
번개처럼 빠른 것이 미덕인 시대,
긴 글은 장황함일 뿐,
단순명료한 일갈들만이 빛의 속도로
세상을 어지러이 가로지른다.
잽싼 물고기들은 매끄러운 비늘을 살랑이며 ,
그 성긴 빛살들의 그물망을 잘도 빠져 나간다.
삶에는 서두도 해설도 필요없고,
문학도 예술도 철학도 모두
게으른 자들의 코에나 걸치는 핑계와 변명일 뿐이다.
너절하지 않을수록, 오직, 깔끔할수록 좋은.
으앙하고 첫울음을 울었을 때부터
우리가 할 일은 끝없는 단모음성 내지르기.
바둑돌을 손에 들고 망서리기만 하는 자,
다 잘 건너가 놓고도 비틀거리며 되돌아 보는 자.
이런 자들이 루저들이라고까지 누군가가 말했던가?
그러나 그 날의 번개들은 번개스럽지 못했다.
촌철살인도, 매끄러운 유영도 그만 두고
기고만장 불꽃 튀기며 오가는 번개와 물고기들을
그저, 슬슬 끌어 내려 뒤집고 간지럽히다가
막걸리잔에나 빠트려 마시며 질펀하게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