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쓴 내 논문은 어디에 두었더라? / 다나에비
꿈에서 쓴 내 논문은 어디에 뒀더라???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할 즈음에 맞춰 박사논문 집필을 끝내고 심사본을 제출했다. 이제 이 달 말에 논문심사를 할 때까지, 그동안 혹사시킨 몸도 추스르고 글 쓰는 데에만 쏟아 부은 시간도 보상 받을 수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페북에다 잡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논문을 쓰는 데에 전력을 다한 지난 몇 달간 거의 매일 같은 꿈을 꿨다. 엄밀히 말하자면 매일 꿈속에서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긴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날마다 달랐다. 그날 하루 동안 고심했던 부분이 꿈에 다시 펼쳐지며 이리저리 문장을 바꿔가며 글과 싸우는 꿈이었다.
...웃기는 건, 항상 그게 꿈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아, 이렇게 쓰는 게 좋겠다. 좀 이따 잠에서 깨면 컴퓨터 켜고 이거 고쳐 써야겠다.” 생각을 하기도 하고, “이건 특히 좋으니까 절대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다짐도 했다. 그런데 그 꿈을 열 번 꾸면 열 번 모두 잠에서 깬 후에는 어떻게 바꿔 쓰려 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는 수개월간 개꿈만 꾼 셈이다. 대체 그 내용들은 다 뭐였을까? 기억 창고 속 어디에다가 짱박아 두고 찾지를 못하는 걸까?
수면 중에도 뇌는 열심히 일을 한다. 의식이 지배하는 동안 새롭게 만들어진 기억의 파편들을 연결 짓고 정리하여 저장고에 넣는다. 그렇게 통합저장된 정보 중 자주 활성화 될 가치가 있거나 생존에 중요한 정보는, 언제든 다시 소환될 수 있도록 신경전달활동의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거나 여러 가지의 형태의 고리를 만들어 저장한다. 흔히들 무의식적인 뇌 활동을 수면 아래 가라앉은 빙산의 커다란 몸체에 비유한다. 다시 말해,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전두엽이 열심히 일해, 연산/추리/통합 등의 의식적 과정을 거쳐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정보의 연결망은 뇌의 정신적 생산 활동 중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혹시 의식이 지배하는 동안 미처 내가 해내지 못한 잔업을 처리하는 과정이 꿈에 반영된 건 아닐까?
"그걸 메모해 뒀다면 내 논문 대박 나는 건 아니었을까? 억울하다. 더 잘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쓸데없는 허상과 미련이 자리잡았기 때문인지……,
논문 끝내고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오면 그 꿈이 그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