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석성산을 바라 보며
해선녀
2017. 7. 30. 08:03
흐린 하늘 아래 고요히 누운 숲 위로 저만치, 어깨를 활짝 펴고 가부좌로 앉아 있는 산, 석성산. 무릎 위에 옹기종기 상아빛 아파트들을 자정어린 눈빛으로 말없이 내려다 보는 산. 수수만년, 이 세상에 왔던 사람들을 따뜻이 어루만지며 깨우쳐 떠나 보낸 산. 눈만 뜨면 그 품안에서 시시닥거리고 앙알대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면 그 든든한 아버지의 미소, 석성산.
꼬무락 꼬무락 , 헛손질 헛발질,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마냥 노닥거리다가, 아버지의 숨소리까지 그대로 닮아 있는 우리들에게 그대여, 말하지 말라, 사랑이 무엇인지를. 오늘도 삼삼오오 아파트 문을 나서면,아버지, 아버지, 어린아이들처럼 아버지의 어깨를 기어 올라 어리광이라도 부리고 싶은 우리들에게, 그대여, 말하지 말라,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