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그래도, 봄은 오고 있는데

해선녀 2016. 2. 16. 21:07

 

 

17년 전, 이맘때쯤,

금강산 갔을 때가 그랬다.

바짝 마른 그 모습들에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렸다.

눈쌓인 하얀 겨울풍경때문만은 아니게.

 

길가에 꼿꼿이 서있던 어린 초병들,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눈길도 한 번 안 주고

온정리를 행진해 가던 초등학생들

머리까지 마후라를 둘러 쓰고

묵묵히 걸어 가던 여인들.

 

그 아이들이 지금은 커서 청년이 되고

그 초병들은 이제 부모가 되고

그 여인들은 나처럼 할머니가 되었겠지.

그래도, 빼끔히 열린 개성공단의 문틈으로

숨소리가 들려 오고 베시시

웃는 얼굴도 보이는 듯하였는데.

 

이제 그만, 철커덕, 철문이 닫혀 버렸다.

철문만 바라보며, 이제 우린 어쩌라고? 

소리쳐도, 주먹으로 꽝꽝 쳐도

아무 말도 들을 수가 없는데,

등뒤에선 그래도, 봄은 오고 있는데. 

 

 

 

 

 

4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