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겨울 아침에
해선녀
2015. 12. 28. 13:06
텅 빈 놀이터 그네를 내려다 보며
맑은 햇살 비쳐드는 거실에서 일렁 일렁 그네를 탄다.
이 세상에서 그네를 처음 만든 이는 누구였을까?
흑이냐, 백이냐, 옳으냐, 그르냐,
선이냐, 악이냐, 미냐, 추냐,
그리하여, 그것이 사랑이냐, 미움이냐,
앞으로 가면 뒤꼭지가 젖혀지고,
뒤로 가면 앞이마가 숙여지고.
그도 나처럼 그렇게 흔들리고 있었을까?
일별에 판단하고 일갈하고
잘도 저지르고 잘도 잊었던 젊은 날들이
용기였던지, 무지였던지,
돌아 보면 그래도, 모두 어여쁘고나.
그네가 흔들리기를 멈추니
앞도 뒤도 없이 훤하게 다 보이는 맑은 고요
찻잔에 건져 올린 그 고요 한 자락을 감싸 쥐고 마시며
오늘도 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처럼 나 홀로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