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용인의 유월 아침에

해선녀 2015. 6. 9. 15:18

 

 

 

이삿짐을 정리하다 만난 

헝겊 한 조각, 언제적

내 치맛자락이었던가, 옷소매였던가? 

반가워라.

젊은 날 푸른 소매끝에서 반짝이던 단추도 하나

반짇고리 속에서 찾앗네. 

처음 걸어 보는 산책로, 마오는 저 사람도

6월아침, 젖은 풀섶의 싱그런 냄새가 좋은지,  

아슴한 눈빛을 건네며 지나간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든지,

누구나 한 편의 시,

인사를 건네든, 말없이 지나가든,

저마다 오래 품고 읊어 온 한 편의 아름다운 시.

그 시들이 응시하고 눈마주치는 곳마다 

꽃은 기꺼이 피어난다

어젯밤에도 창문마다

시읊고 귀기울이는 눈빛 가득하더니

이 아침엔 눈부신 금계국들이 소복소복

맑은 햇살도 차마, 내려앉지 못하고

살랑이는 연노랑 꽃잎들 위를 바르르 떨며

조심조심, 까치발로 건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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