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에서
작은새의 꿈, 새벽비, 바람소리, 나비, 들꽃 / 김두수
해선녀
2014. 1. 18. 08:49
이른 아침 새벽 비는 내리고
벌거벗은 내 마음
갈 길을 잃었나
네 줄기 갈래길과
아홉의 환상
흙 묻은 구두 한짝이
들판에 버려져 있네
말씀의 이 세계
날 구할 수 없네
무언의 대지 위엔
나를 깨우는 꿈
저 바람 속에
검은 새 날을 때
침묵을 기르는 비가 내린다
경계의 저편 아득히
함성이 울려도
나는 들을 수 없네
순례자의 북소리
잠든 나를 깨우나
저 억만 개의 빗줄기
그 누구의 꿈인가
비가 내린다
이른 아침 새벽 비는 내리고
벌거벗은 내 마음
갈 길을 잃었나
미명의 저 언덕 위에
지명없는 이정표
슬픈 이방인이 나는 되었네
나는 오늘 떠나리
새벽비 맞으며
나는 오늘 떠나네
새벽비 맞으며
님은 머물지 않는가
외로운 내 마음 속엔
그 언젠가 영원을 꿈꾸었네
덧없는 바람을 기다렸네
님은 나를 잠깨워
야윈 내 영혼을 흔들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곳으로
나를 데려가 주었네
아~ 그러나 그는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가고
아련히 내 귓전에 들려오는 건
저 우는 바람소리뿐
우~
아는가 저 바람의 화원에
새로이 꽃이 지는 걸
찬바람에 어지러이 흩나부기는가
그 향기 잎새에 머물지 않네
아~ 언젠가 때가 된다면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으리
내 영혼의 깊은 잠을 깨우려
저 우는 바람소리여
아스라이 먼 저곳에서 나를 부르네
저 우는 바람소리여
저 우는 바람소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