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오네 집

워싱턴 한인교회에서 하이든 연주 그리고... / 태오에비

해선녀 2013. 10. 13. 21:14

 

워싱턴 한인 감리교연합교회 음악회

 

  

http://youtu.be/AarLk4jNM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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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의 The  Creation(천지창조) 연주 4시간 전에 페이스북에올린 글:

  

 

Super exciting performance.
Aside from being awesome, this reminded me of a chain of thoughts that is connected to many aspects of conducting and music making in general that I have been thinking of recently.

 

A problem is first noticed at ...1:32 where the orchestra slightly falls behind the soloist. It becomes more noticeable at 1:35 and 1:41 when the orchestra plays a louder tutti. Mazur is seen at 1:38, probably pointing at the woodwinds (late in changing the slurred over harmony changes - common ensemble problem where the legato with longer note values fall behind the running 16ths.) At 1:48, we can hear Mazur shouting out something in frustration, where the descending chromatic line in the woodwinds are late.
A shout from the old conductor grabbed everyone's attention and the problem was instantly solved - everyone on stage listening to the soloist's running 16ths and adjusted.


Now...
1. Is Masur at fault for this because he wasn't beating a clear two pattern?

2. Does an orchestra play together when the conductor beats a clear pattern/gesture/ictus/whatever?
3. If the conductor got the orchestra to play absolutely together by being crystal "clear" with his/her beats...is that a high level of artistic achievement, or an inspiring performance?
4. If it was the conductor's fault for not being clearer with his two pattern, then what is he yelling about, to who? Why?

2.
One might argue that this is a young orchestra and this is Masur...KURT MASUR, a famous, world renowned, makes a lot of money, knows a crap ton of music, respected all around the world...and even if he was at fault, he's really not because he is Masur.

I wonder,
With all the extra-musical facts (of him being famous, older, orchestra being students, etc etc.) aside, what is the truth?
How does an orchestra play together, and if it is by the orchestra musicians listening to each other (to other sections of the orchestra or a soloist, whatever), and their ability to keep a steady tempo (which is what wins them the job, many times)...
나는 궁금하다.


Then more interestingly, what is the conductor's job?
Thoughts...after thoughts...after thoughts.

Now I need some ice cream...and learn some Haydn

 

 세상에, 연주 네 시간 앞두고 이런 글이나 쓰다니...

하면서도, 이 에미가 이걸 또 대충이라도 번역 안 해볼 수가 없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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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 좋은 연주, 감동받았다는 건 우선 접어 두고, 이 연주는 요즘 내가 줄곧 생각하고 있는 지휘와 음악 만들기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처음 문제가 보인 건, 1:32에서, 오케스트라가 독주자의 뒤로 살짝 빠질 때부터였다. 그 다음, 1:35와 1:41에서 오케스트라 전체가 더 큰소리를 내는 데서 심해지더니, 1:38에서 아마도, 계속되는 연음들을 좀 느린 속도로 가고 있는 목관들에게였으리라, Masur가 가리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앙상블 음악에서 보통 잘 있는 일이지만, 16 소절의 뒤로 반음계 스케일을 내려가는 목관의 속도가 너무 느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급기야, 1"48, 이 노지휘자가 무대 위의 모든 사람들이 다 들을 만치 큰소리로 외치는 좌절의 소리를 우리도 듣는다. 결국, 16번째 소절을 연주하고 있는 독주자의 소리를 오케스트라가 들으면서, 문제는 해결되었다.   

 

자, 여기서,

1. Masur는 두 개의 패턴으로 분명하게 지휘하지 않았으니, 이게 그의 잘못이었던가?  

2.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분명한 패턴으로, 혹은, 하중을 건다든가(Lotus),  제스츄어를 하는데 따라서 연주를 하는 것인가?

3.지휘자가 자신의 분명한 제스츄어에 오케스트라가 따르도록 만들었을 때, 그것이 예술적 성과, 혹은 영감적인 연주인가?

4. 분명한 두 패턴으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게 지휘자의 잘못이었다면, 그는 누구에게, 왜 소리를 질렀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말할지 모른다. 이 오케스트라는 아직 신진이고, 이 사람은 Masur라고. 누가 뭐래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돈 많이 벌었고, 음악에 대해서 엄청나게 많이 알아서 세상의 존경을 받고 있는 KURT MASUR라고. 그러니, 그가 설사, 잠시 실수를 했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Masur니까, 그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그에 대한 그런 모든 음악외적인 사실들(그가 유명하고, 나이들었고, 학생 오케스트라이고, 등등)을 빼고 나면, 남는 진실은 무엇인가?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해서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것인가 말이다. 그게 만약, 다른 색션 혹은 독주자의 연주를 듣고, 그 속도를 일정하게 잘 맞추는 연주자들의 능력 때문이라면(많은 경우에, 그들은 그 때문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렇다면, 더 재미있는 문제는, 지휘자가 하는 일은 그러면 도대체 뭐냔 거...ㅎ.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에라,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고, 하이든 악보나 더 공부해야지...

 

  

사진: At the Washington Monument with dear Maestro Kim who kindly invited me to DC for a performance of Haydn's creation.

Took a walk around the capitol hill, the Lincoln Memorial, Korean War Memorial, etc. 

White house standing at the bottom of the hill, the Congress little further up the hill, then the Constitutional Court on top of the hill... It was inspirational to realize the great democratic spirit of the USA where the president serves the people (Congress), who abide by the Constitution.

 

하이든 연주 초청해 준 ,마에스트로 킴과 함께 / 워신턴 기념비 앞에서 

 

 

나 대신 달려가 준 내 친구와 함께...

 

 r

그 후, 다시 보태어 쓴 글과 댓글들 중에서:

 

(제 개인의 짧은 생각입니다. 동의하지 않으시거나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빕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관계는 일대다수가 아니다. 일대일이다. 오케스트라는 다수의 연주자가 서로 협력하여 유기적으로 뭉친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스스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 생활을 해보지 않았거나 깊이있게 실내악을 많이 해보지 않은 지휘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이해의 한계는 "지휘"라는 자기자신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자기가 지휘를 잘하면 (열심히 멋지게 흔들어 대면) 좋은 연주가 될 것이라 착각한다. 지휘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오케스트라가 좋은 앙상블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좋은 앙상블이란 지휘자가 필요없는, 서로가 내는 소리를 듣고, 거기에 반응하고, 들어서 안되면 ...쳐다보고, 그래도 안되면 냄새라도 맡는...궁극적으로 서로가 맡은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지휘자의 태도는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저소리를 귀기울여 들어보시오" 혹은 "저 달좀 바라보시오, 멋지지 않소?" 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같은 얘기지만 다시 말하자면,
트리오든 퀄텟이든 퀸텟이든 실내악 연주자는 지휘자가 필요없다. 오케스트라는 좀더 규모가 크고 복잡하고 레퍼토리가 다를뿐 사실 실내악과 마찬가지로 연주자 개개인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유기적인" 관계가 이루어져서 궁극적으로 하나가 되어야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규모가 커지고 음악자체가 복잡해지다보니 지휘자가 있으면 도움이 되는건 사실이지만 작은 규모의 실내악이든 오케스트라든, 근본은 같은 것이다. "앙상블"은 서로가 (연주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궁극적으로 사랑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지 지휘자라는 한 사람이 "날 따르라"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의 나라에서 남의 나라말로 (어려서부터 살아온 곳이고 쓰던 말이라고 해도) 지휘라는 행위를 공부하다보면, 음악과 지휘 그 자체 뿐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와 결부된, 조기음악교육의 차이에서 비롯 되었다고 생각되는 크고작은 수 많은 갈등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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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근데 재미있는게 « 지휘 » 라는 어원 자체가 « 나를 따르라 »라는 뜻이 있다는 것 指揮 => 한문을 봐도 군대에 손짓 하는 모습이 지휘인데 영어로 "conducting"은 방향을 제시한다는 수평적인 의미가 더 강하지. "conductor"하면 전도하다라는 의미도 있고. 정호가 말한 문화적 차이란 이런걸 말 한걸까? ^^
  • 후배: 글쎄 몇년 안한 오케스트라 생활이지만 소규모 앙상블과 굳이 다른점을 보자면..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하나의 컨셉을 제시하는게 지휘자의 역할이 되는것 같아요.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의논 할수가 없는. 의논하는 지휘자를 별로 원하지도 않는. 대신 명확한 그림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는. 그럼 개인적으로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기꺼이 따라가야하는게 오케연주자의 사명(?)인것 같고...

    생각해보면 그 사람 머리속에 아무런 그림이 없었던 지휘자도 있었던것 같아요. 도저히 이 음악이 무슨 음악인지 절대 모르겠는. 어디로 가는지 방향없이 멀미나다 끝난 음악. 그런사람 잘생겨도 힘들었어요. ㅎㅎ

     

  • 에비: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건...학교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다보니, 오케스트라도 엄연히 수업의 일환인데, 학생들이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서로 듣고 협력해서 "앙상블"을 하는 걸 배우기 보다, 지휘자 중심의, 지휘자의 퍼포먼스를 위한 도구가 되는데에 그치는걸 보다보니 안타까워서 해본소리였어...지휘자가 오케스트라에게 "당신들은 나의 지휘를 읽는 방법을 배워야한다"고 말할 때마다, 학생들이 아닌 프로 오케스트라라면, 이미 전체의 구조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앙상블을 할 줄 아는 상황에서...새로운 지휘자가 왔을 때 오직 알고 싶은건 "넌 뭘 원하니?" 가 될 수 있겠지...악보에 느려지라고 되어 있는건 이미 알지만, 얼마나 느려질건지, 포르테라고 씌여있는건 10년전 부터 알았지만, 얼마나 크게 할지, 등등. 요즘들어 자꾸 하는 생각이지만, 오케스트라 스스로의 ""협주력"이 강할 수록 더욱 중요해지는건 앞에나와서 흔들어대는 사람의 "비트" 보다는 "의도"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오토 클렘페러 같은 사람이 학생 오케스트라 앞에서 손을 덜덜 떨면서 앉아 있었다면...그는 아마 삼류로 낙인 찍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말이지.. 지휘를 해서 한가지 다행인건, 오케스트라 단원이 잘생긴 지휘자를 만날 확률 보다는 수많은 오케스트라 단원들 중에 잘생긴 (이쁜) 단원이 있을 확률이 훨씬 크다는 것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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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비: 제가 생각하던 '문화적 차이'는 사실 개인주의가 주를 이루는 나라에 살다보니 오케스트라 단원들 개개인이 자기 자신과 지휘자의 관계를 자신과 자기옆에 앉은 사람과의 관계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든 생긱이었어요. 연주자들 사이에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그 다음에 지휘자와의 관계는 "우리"와 "당신" 의 관계가 되어야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 너무 공산당 빨갱이 같은 생각인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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