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아픈 소리, 그리고 새소리...

해선녀 2012. 5. 17. 23:43

 

사나흘 전부터 몸이 좀 아프다 싶더니, 이틀째, 밤중에도 잠을 못이루게 아팠다. 20여년 전, 그 옛날의 좌골신경통이 드디어 도졌는지, 왼쪽 허리에서 오금까지 통증이 뻗어 내려 오고 어쩌자고 배도 한 이틀간을 아파서 어제 점심 이후로 꼬박 네 끼를 굶고 물도 한 모금 안먹었다. 그런데도 이상한 것은 식욕도 전혀 없다는 거다. 그 땐 내가 아직 40도 안된 나이었는데도, 미국서 너무 고생한 뒤끝에, 한국 와서도 마당에 온갖 동물을 키우며 억척을 떨었고, 산 좋아하는 그를 따라, 설악산이고 지리산이고 여러 높은 곳을 따라 다닌 끝에 얻은 병이었다. 3년을 앓고 나은 후론 허리를 아파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게 또 왜 나를 찾는 걸까?

 

오늘은 복지관 시간표가 할랑한 날,  일단,  재작년, 손목 부러졋을 때 다니던 동네 정형외과로 갔다. 의사 는 엑스레이도 안찍어 보고,  ..왼쪽 허리와 다리가 오금 있는데까지 아픈 것은 전형적인 좌골신경통이고, 왠쪽 허벅지 바로 윗배가 쓰리고 아프고, 다리도 속만이 아니고 겉이 시리고 쓰린 것은, 혹시, 대상포진일 수도 잇으니 며칠 더 두고 보자고 어마어마한 소리를 한다.  ..하긴 다리도 속만 아픈 게 아니고 차가우면서도 화상을 입은 듯, 쓰라린 듯이 아파서 나도 이상하긴 하다.  암튼,  진통제와 신경 약 덕분이겠지, 지금은 아주 가벼워졋다. 이틀 전에도 한방병원에 가서 같은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아직은,  한방과 양방, 과연 어디를 다닐 것인지 잘 모르겟다. 

 

내가 많이 힘들긴 햇나 보다. 어젠, 그래도, 아침엔 골프연습장에 가서 살살 몸을 풀엇더니 좀 나은 듯하더니만, 오후 네시간을 내리 앉아서만 공부하고 저녁엔 바욜린 렛슨까지 받았던 거다. 복지관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피아, 참하고 똑똑하고 이쁜 그녀를 꼬셔서 울집에서 렛슨을 함께 받기로 햇던 첫날이어서 여러가지로 좀 신경이 쓰이기도 햇다. 그녀는 전맹이어서 도우미까지 함께 와서 기다리고 앉앗다. 샘은 10년이나 독일에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복지관 직원을 6개월 하다가 그만 두신, 그 역시  참 좋은 분이다.

 

물리치료실에서 깜박 잠이 들엇다가  종료 음악소리를 듣고 는, 깜짝 놀라서,  아, 누구세요? 이게 무슨 소리죠?  허둥대니, 간호사 언니가 웃는다.  아, 참, 여기가 병원이엇지...내과엔 갈까, 말까...주사약이 너무 겹치면 더 힘들지 배는 곧 웬만해지겟지 싶어서 관두고 건너편 본죽 집에 가서 전복죽 한 그릇을 샀다. 내가 죽을 먹는다는 것도, 그걸 내가 끓일 생각을 안하고 이렇게 사먹을 생각을 하는 것도 다 낯설다.

 

집에 돌아와 죽을 먹으면서 2년 반 전, 그가 병원생활을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저 죽을 자주 사왓고, 그와 나도 병원 앞의 저 죽집에 가서 맛잇게 한그릇을 다 비우던 그의 생각.....머리카락이 없으니 이것 저것 모자도 썼는데, 그 날 쓴 그의 빵모자는 그를 스코틀란드 신사처럼 보이게도 했다.  마침, 찾아온 그의 중학교 동창생 들과 한나절을 병원 뜰에서 늦가을 햇살을 아쉬워 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담소를 나누던 그였지만, 그는 그 한 달도 못되어 이 세상을 떠날 줄을 어찌 알았을까? 유난히 유순해지고, 학교일이고 집안일이고, 모든 복잡한 생각을 다 내던져 버린 듯,  집에서는 관악산, 병원에서는 멀지 않은 창덕궁과 인왕산, 북한산으로 차를 몰고 가서, ,  산자락 산책이라도 즐기던 그... . 암벽과 빙벽을 비호처럼 날며 해내던 그가 나보다도 못걸어서 높지도 않은 절집까지도 여러 번을 쉬면서 가야 햇던 그...가기 이틀 전까지도, 어린아이처럼 아무 부담없이 먹고 싶은 것 찾아서 여기 저기 운전해서 가던 그...

 

반 그릇만 먹고, , 매실차 한 잔을 마시고그대로 잤다. 작년, 선배 언니가 재배한 것을 사다가 담궈 놓고는 처음으로 떠낸 엑기스가 아주 제대로 된 맛이다.  진작 좀 들여다 볼 것을.....이걸 누구들 나눠 줄까? 얼마나 깊이 잠을 잤을까?  또 초인종 소리...이 새벽에 누구세요? 나가 보니, 재작년, 먼저 간 대구 동생의 아들, 조카의 예단으로 보낸 이불이 다시 왔다. 며칠 전, 내가 수취거부했던 것이었는데, . 이혼한지  오래 였던 올캐가 동생이 가기 몇 달 전, 다시 합가해서 내가 알지도 못하는 그 이름으로 아무 전갈도 없이 보낸 탓에, 나는 이상한 선물인 줄 알앗던 것이다. 전부터 그런 선물은 뇌물 같아서 돌려 보내곤 햇던 터여서 나는 언니가  이불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내가 무얼 잘못햇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괸히 두 벌 걸음을 시킨 거다.  아직 여덟 시 조금 넘었는데요...아직이라니, 이렇게 어두운데...이상해서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아, 지금이 아침이 아니고 저녁이 아닌가...택배하는 사람들, 참 고생한다. 여덟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다니...이불이 참 곱다...

 

새가 운다. 오랫동안, 저게 무슨 새일까, 궁금해 해왓지만 아직도 그 이름을 모르는 저 새...그와 내가 양평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내면 저 새가 울곤 햇다. 낮에도, 어느 산에 가도 자주 들리는 저 새는 꽤고리일까? 꾀꼴 꾀꼴, 그렇게 박자를 셀 수도 있기는 한데, 라, 솔, 솔, 파,...위에서 아래로 1도 정도의 음정 차이로 반복해서 내리는 그 소리가 참 귀엽기도 하지만, 왜 밤에도 자지 않고 저리 우는지, 혹시, 짝잃은 새인지, 자식 잃은 새인지, 그게 늘 마음 아프게 한다. 자정 넘어 늦게 들어 오는 동네 어느 차의 소리가 들리면 잠시 그쳤다가도 조용해지면 또 다른 방향에서 들려 오는 저 소리...산기슭 동네의 골목까지 내려와 여기 저기를 헤매며 우는 새...도올선생의 곡부 공자묘 방문 동영상에서도 저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새는, 아니, 사람은, 죽을 때까지 무엇인가를 그리워 하고 찾다가 가는 게 아닐지...

 

새처럼 자유로와라...라는 글을 써 놓고 일년 반이 되도록 덮어 두었다. 그의 집안 이야기를 쓴 것...저 새가 혹시, 그의 영혼이 아닐까? 멀어졋다 가까워졋다, 새소리는 그칠 줄을 모른다. 소쩍새도 오늘밤엔 울지 않는데, 저 새소리만 혼자서 골목을 헤매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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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 동 새 - 김 소 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모두 접동새(우리말) 또는 두견의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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