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지하철에서

해선녀 2012. 2. 26. 19:44


지하철 긴 복도를 걸어 간다.
흐린 물속을 알록달록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쳐 가고
안개 자욱한 숲속을 웅기중기
나무들이 멈춰 서 있다.

 

부딪칠까 두려워 느릿느릿 걷는다.
광장이 나오면 절벽을 조심해야 한다.
길이 나를 배반하는 게 아니라,
내가 길을 배담하는 것.

 

2번출구는 어디로 가지요?
저기, 이정표가 있잖아요.
제가 눈이 잘 안보여서요.
기껏, 가르쳐 줘도
얼른 내려 놓는 손끝을 놓치곤 한다.

 

어벙어벙 걸어도

조류에만 영합하지는 않으리라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묻고 또 묻지만,
오늘도 나는 내 길이 삼천포로
빠지고 있지 않다고는 장담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