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거울 앞에 서서
해선녀
2012. 2. 23. 12:08
지하철 이정표 바로 밑에서야
출구번호를 겨우 읽으며
집으로 돌아온 저녁
거울 앞에 서서
내 눈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내 눈빛도 안보인다.
내 마음이 어지러워져서도 아니고
세상이 어지러워져서도 아니고
병든 사과처럼 내 눈이 저 혼자 먼저
썩어 가고 있구나.
됏다, 고마,
이 나이까지 그만큼 본 것만 해도
고맙지 뭔가, 돌아서려는데,
거울 저 안에서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돌하루방 하나가 팔짱을 끼고 서서
커다란 눈자국만 둥굴리며
빙긋이 웃는다.
그 옛날, 현관 앞에 세워 놓고
들며 날며 어루만지면
세상이 아무리 변해 가도
내가 아무리 마모되어 가도
나는 나라며, 너털웃음도 웃어 주던
그 돌하루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