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오에비의 페이스북 노트에서 2
1. 그냥, 갑자기 궁금...
(특정 인물/대학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혹시라도 오해 하시거나 글의 의미를 과대해석 하시 분이 계실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모 명문대학 출신 와이프에게 혼납니다, 잘못했다간 ㅋㅋ)ㅋ
나 어렸을 때 모 명문대학 교수에게 바욜린 레슨 한 번 받으려면 10만원이었다.
그냥 정해진 가격이었고, 아무도 거기에 의문을 품거나 (비싸다고 혀를 찰 지언정) 들고 일어나 뒤엎으려는 불순분자는 없었다. (낸들 뭘 들고일어나 뒤엎겠다는 생각 없다, 부디 오해 마시기를...)모 명문대학 교수는 레슨 받고 싶다고 아무나 레슨을 해주는게 아니었다. 일단 그 교수 밑에 작은선생에게 5-7 만원씩 레슨비를 내고 꾸준히 가다가 어쩌다 한 번 교수에게 갈 자격 (돈 주고 생기는 자격)이 생기는거였다. 초등학교/중학교 때 부터 눈에 띄게 악기를 잘하는 학생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난 전혀 그렇지가 않았고, 내가 기억하는 상황들은 그러했다. 다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악기를 정말 못해서 그랬는지, 내게는 작은 선생 밑에 새끼 선생도 있었다. 모 명문대학 대학원생이었고, 레슨비는 3만원씩이었다. 난 못해도 악기하는게 좋았다. 부모님은 내가 좋아한다니 무리를 해서라도 레슨비를 마련해 주셨다.
우리 아버지, 오랜동안 모 명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나 어렸을 때 아버지 서재와 내 방은 커튼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다락방이었다.
가생이 쪽으로 갈 수록 천정이 낮아져서 허리를 굽혀 걸어야 하는, 그런 방이었다.
때로는 하루종일, 때로는 밤새도록, 아버지는 그 커튼 건너편에서 학생들 논문지도/세미나 등을 하셨다.
나는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는 헤겔과 아리스토틀 등등의 영문 책들을 읽는 소리를 들으며 커튼 반대편에서 잠들었었다.
(가끔 나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도 있었다 "자네 이걸 글이라고 썼나..." 같은)
그렇게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여 학생들을 가르치셨음에도, 우리 아버지는 "레슨비" 안받으셨다.
아마 같은 학교 음대 교수님들 처럼 받으셨으면 우리집은 굉장한 부자집이었을거다. 강남에 아파트도 사고 했을거다.
왜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분야가 달라서?
두다멜이 명문대교수에게 고액 레슨 받아서 성공했을까?
돈 안받은 모 명문대교수가 바보여서?
난 항상 우리 아버지 똑똑하시다 생각했는데...
난 모 명문대 학생도 아닌 주제에 3만원씩 레슨비 받았었다 대학 때.
(그러고보니 그건 몇 년 후다. 그 사이에 좀 올랐나보다 레슨비가)
돈 생기면 좋았다.
피씨방 가서 밤새도록 오락 하고 그 다음날 목욕탕도 갈 수 있었다 3만원이면.
어린 놈이 돈 맛을 봤었나보다 그 때. 뭐 그게 꼭 나쁜건 아니였나 싶기도 하다. 능력되면 버는거지...하는.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외국에 산다고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한 불효자를 두고
아버지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교대로 며칠밤을 장례식장에 온갖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해줬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버지 학생들은 혼자계신 우리 어머니도 도와주시고
때가 되면 산속 나무 밑에 묻혀 계신 아버지를 찾아가 글도 읽어드리고 간단한 추모식도 한다.
난 혹시라도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그 분들이 나보다 먼저 가셔도 그렇게 안할 것 같다.
내가 나쁜놈인걸까.
재미있는 사실은, 전혀 의도한 바도 아니고, 원하는 바도 아니지만,
내게서 레슨비 한푼 안받으신 선생님들이 돌아가신다면
난 세상 끝 까지라도 가서 펑펑 울 것 같다.
레슨비를 안받으셔서가 아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QL6J8rT2VoY&feature=share
2. 취향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