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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에비의 페이스북 노트에서 2

해선녀 2011. 12. 17. 16:17

 

1. 그냥, 갑자기 궁금...

(특정 인물/대학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혹시라도 오해 하시거나 글의 의미를 과대해석 하시 분이 계실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모 명문대학 출신 와이프에게 혼납니다, 잘못했다간 ㅋㅋ)ㅋ

 

나 어렸을 때 모 명문대학 교수에게 바욜린 레슨 한 번 받으려면 10만원이었다.

그냥 정해진 가격이었고, 아무도 거기에 의문을 품거나 (비싸다고 혀를 찰 지언정) 들고 일어나 뒤엎으려는 불순분자는 없었다. (낸들 뭘 들고일어나 뒤엎겠다는 생각 없다, 부디 오해 마시기를...)모 명문대학 교수는 레슨 받고 싶다고 아무나 레슨을 해주는게 아니었다. 일단 그 교수 밑에 작은선생에게 5-7 만원씩 레슨비를 내고 꾸준히 가다가 어쩌다 한 번 교수에게 갈 자격 (돈 주고 생기는 자격)이 생기는거였다. 초등학교/중학교 때 부터 눈에 띄게 악기를 잘하는 학생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난 전혀 그렇지가 않았고, 내가 기억하는 상황들은 그러했다. 다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악기를 정말 못해서 그랬는지, 내게는 작은 선생 밑에 새끼 선생도 있었다. 모 명문대학 대학원생이었고, 레슨비는 3만원씩이었다. 난 못해도 악기하는게 좋았다. 부모님은 내가 좋아한다니 무리를 해서라도 레슨비를 마련해 주셨다.

 

우리 아버지, 오랜동안 모 명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나 어렸을 때 아버지 서재와 내 방은 커튼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다락방이었다.

가생이 쪽으로 갈 수록 천정이 낮아져서 허리를 굽혀 걸어야 하는, 그런 방이었다.

때로는 하루종일, 때로는 밤새도록, 아버지는 그 커튼 건너편에서 학생들 논문지도/세미나 등을 하셨다.

나는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는 헤겔과 아리스토틀 등등의 영문 책들을 읽는 소리를 들으며 커튼 반대편에서 잠들었었다.

(가끔 나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도 있었다 "자네 이걸 글이라고 썼나..." 같은)

그렇게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여 학생들을 가르치셨음에도, 우리 아버지는 "레슨비" 안받으셨다.

아마 같은 학교 음대 교수님들 처럼 받으셨으면 우리집은 굉장한 부자집이었을거다. 강남에 아파트도 사고 했을거다.

 

왜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분야가 달라서?

두다멜이 명문대교수에게 고액 레슨 받아서 성공했을까?

 

돈 안받은 모 명문대교수가 바보여서?

난 항상 우리 아버지 똑똑하시다 생각했는데...

 

난 모 명문대 학생도 아닌 주제에 3만원씩 레슨비 받았었다 대학 때.

(그러고보니 그건 몇 년 후다. 그 사이에 좀 올랐나보다 레슨비가)

돈 생기면 좋았다.

피씨방 가서 밤새도록 오락 하고 그 다음날 목욕탕도 갈 수 있었다 3만원이면.

어린 놈이 돈 맛을 봤었나보다 그 때. 뭐 그게 꼭 나쁜건 아니였나 싶기도 하다. 능력되면 버는거지...하는.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외국에 산다고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한 불효자를 두고

아버지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교대로 며칠밤을 장례식장에 온갖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해줬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버지 학생들은 혼자계신 우리 어머니도 도와주시고

때가 되면 산속 나무 밑에 묻혀 계신 아버지를 찾아가 글도 읽어드리고 간단한 추모식도 한다.

 

난 혹시라도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그 분들이 나보다 먼저 가셔도 그렇게 안할 것 같다.

내가 나쁜놈인걸까.

 

재미있는 사실은, 전혀 의도한 바도 아니고, 원하는 바도 아니지만,

내게서 레슨비 한푼 안받으신 선생님들이 돌아가신다면

난 세상 끝 까지라도 가서 펑펑 울 것 같다.

 

레슨비를 안받으셔서가 아니다.

 

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오전 5:49

 

Cho-Liang Lin showing Perlman how it's done...and people think conducting is hard, ha!

 

http://www.youtube.com/watch?v=QL6J8rT2VoY&feature=share

 

Itzhak Perlman tells the story of how Ysäye taught Gingold how to do the staccato. The other violinist is Chou Lian Ling This is part of the 1978 film Virtuo...

 

 

2. 취향과 일

She said, "Oh, I hate Tchaikovsky." It was surprising to hear from someone who was conducting Tchaikovsky 5 with one of the best orchestras in the world. It was then, when I learned that whether I like it or not has nothing to do with 'conducting' the music. It's strictly business. Nothing changes (or should change) even if I like it or not, work is work and my job as a conductor is to make it sou...nd better, doesn't matter if I like it or not, no one really cares. After learning this, her answer to my next question meant a lot to me, something I will never forget. "What DO you like?". Verdi's Requiem was one of the answers...the others were mostly Brahms. I don't know what she liked so much about Verdi, but I think greatness reveals itself to one who puts in the effort and time. The next time we met, she gave me an old score of the Requiem and said "My old teacher gave this to me a long time ago, I learned it because he told me to, but I hope you learn it because you like it".

 

"난 차이콥스키 정말 싫어" 라고 그녀는 말했다. 근래에 자신의 지휘로 시카고심포니와 차이콥스키 5번을 연주한 그녀에게서 듣기 놀라운 말이었다. 내가 그 곡을 좋아하느냐 안좋아하느냐는 사실 그 곡을 지휘하는 행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그 때 깨달았다. 좋아하고말고는 아무 상관없이 일은 일이요, 나의 일은 '좋은 연주'를 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곡을 좋아하던 말던, 달라지는 것은 없(어야하)고, 사실 아무도 신경 안쓴다. 내 개인의 취향과 "일"은 구별하라는, '공은 공이오 사는 사다' 라는 사실이었다. 그 후에 "그럼 뭘 좋아하세요?"하고 물었을 때의 대답이었던 베르디 레퀴엠과 브람스 교향곡들은 항상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녀가 베르디 레퀴엠의 무엇이 좋았는지 나는 모르지만, 좋은 작품 (음악)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자에게 아름다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그 곡을 배웠을까...그 작품에 대한 그녀의 이해만큼 내가 알고자 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까. 그 다음 만났을 때 그녀는 너덜너덜한 레퀴엠 스코어를 내게 주면서 "옛날 내 선생이 나에게 준건데, 나는 그 선생이 무서워서 이걸 공부했지만, 넌 이 곡이 좋기 때문에 공부했으면 한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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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6일 

www.youtube.com
Herbert von Karajan plays with the Orchestra and Chorus of la Scala in Milan the Messa da Requiem by Guiseppe Verdi. A coperation of Deutsche Grammophon a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