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존재의 목마름

해선녀 2011. 7. 14. 08:01

아우아우...이게 얼마만이지? 아, 자네도  비 때문에  슬슬 술 한 잔이 고팠던 게지/ 자자자, 여기..이리로 , 앉게나.....나는 비 때문에 집에 죽치고 앉아 있을라 캣는데, 맞아, 인사동 골목에도 비는 내리고...그 아니 좋은가? . 아,우리가 비 때문이 아니고 우리 자신들 때문에 여기로 오게 된 거라고? 그래, 나도, 비 때문에가 아니고, 비를 빙자하는 나 자신 때문에 여기로 나와 앉았다고 해야겟네. 그것도 내 존재의 가려운 데를 긁는 나쁘지 않은 한 방법으로 말이지...

 

그러게, 나는 바로 그 '방법'이라는 것들이 다 하늘에 씌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라네. 무궁무진하게... 그것들은 저 구름들처럼 얼키고 설켜서 도무지 분간이 안되는 것 같지만, 실타래 풀듯, 살살 풀어 보면, 하나의 방법은 그 앞의 다른 방법이 잇었음이고 또 이 방법은 다시 그 뒤의 다른 원인과 이유를 끌고 오고 있음을 알게  되더란 말이지. 그게 다 저마다의 원인과 이유로 가려운 곳을 긁어 가는 존재방법들의 역사라고 해야겠지...아, 존재의 가벼움도, 가려움도 아니고, 바로 존재의 마려움이라고? 하하, 그게 더더 리얼하지?  에이, 존재의 목마름쯤으로 해둘까나? 곧죽어도 형이하학은 아니고 형이상학을 표방한답시고 말이지..에이, 거기서 거기로구만...어쨌거나, 우리 오늘, 목마르면 마시고, 마려우면 누고...실컷, 그래 좀 보자구...하하...

 

사실, 그래 쌓아 봤자, 하늘아래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고? 그래, 저 하늘에 다 서 놓았다고 했잖아... 자자자, 벌써, 난 정말, 목이 마르네...우리, 오늘, 술 한 두 되를 비워 낼 때쯤이면, 인사동 골목에 무슨 비가 왜 뿌려져 왔는지, 우리 안의 DNA들의 골목에 무슨 바람이 왜 불어서 어느 DNA 다발이 무슨 진동을 일으켜 왔는지, 그리하여, 오늘, 우리가 왜 이 비를 탓하게 되었는지 하는 따위의, 존재의 비의들을 조금은 눈치챌 수 있을런지도 모르지...ㅎㅎ 아, 그걸, 하늘에다 대고 물어 볼 게 아니라, 각자, 제 가슴에 코를 쳐박고라도 물어 보면 안다구?  하하...맞네. 그러고 있으면, 하늘이 우리가 불쌍해서라도, 그 오래된 실타래 한 꾸러미씩을 우리들 가슴마다에 던져 줄 지도 모르겠네.  .저 양동이로 쏟아붓듯 내리는 비처럼...아, 우린 저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까? 콩나무 줄기를 타고 오르던 잭(Jack)처럼, 그 실마리들을 타고...그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도 더 어려울 거라고/ ㅎㅎ

 

.일본말에 보니, 우리말의 '알다'라는 말이, 저 알 知를 쓰는 '시루' 이외에도, 나눌 分을 스는 '와카루'가 있더군. 그것도, 우리의 마음으로 따지고 나누고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저 하늘의 뜻을 나눠 가진다는 거 아닌가도 싶더군. 사리를 분별한다는 것은 저 혼자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논리에 맞아야 하고, 하늘은 바로 그 모든 것을 다 알게 되는 어떤 궁극적인 단게를 뜻하는 것이니...그나 저나, 우리말은 왜 '알다'가 '알다'가 되었지? 나는 요즘 몇 나라 말들을 배운답시고 구경하러 다니면서, 그 말들을 흉내라도 제대로 낼 생각은 못하고, 그저, 어떤 말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그거나 혼자서 추측하면서 앉아 있기만 하는 것도 그렇게 재미있다네. 옆에서 열심히 콩나무 줄기를 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내고 있는 소리들의 느낌이라도 전달받는다고나 할까...그나마, 오늘부턴 그것도 방학이니, 당분간은 그 소리도 못듣겠네...ㅎ

 

순전히, 그 발음에서 오는 내  느낌일 뿐이지만, 일본어의 '와카루'나 '시루'보다는 우리말의 이 '알다'라는 말이   더 느긋하게, 덜 단정적으로, 하늘의 뜻을 받아 안는 기분이더만,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 안다는 것은 그러고 보면, 안는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겠더라구. 안지 않고 어떻게 알겠느냐고...내가 지금 하늘을 잘못 안고 있는 거라고 ㅎㅎ 암튼,  일본말은 참 에쁘고 아기자기하기는 하지만, 도무지, 입을 크게 벌리고 목젖에서 콧속까지 입안을 크게 쓰고 혀를 자유롭게 굴리면서 울림이 있는 소리를 멀리 가게 하는 그런 소리들인 것 같지는 않더군.새소리처럼 입끝에서만 띠또떼또 하면서 말이야.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라고 해야겟지?. 아무튼, 모든 언어는 꼭 시(詩)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자연 또는 하늘의 이치에동조 내지는  합일을 이루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말하자면, 내 안에 하늘이 있고, 하늘 아래 내가 있다는 의식, 내 뜻과 하늘의 뜻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의식...모든 언어는 그 의식을 오선지처럼 깔고 잇는 영혼의 노래가 아니겠는가?

 

얼마 전에, 중국어 클래스 동료들과 함께, 몽골 문화원에서 몽골음악을 들었는데, 참 놀랍더군. 그 크고 둥글고 깊은 목소리가 창공을 뚫고 우주의 끝에라도 가닿을 듯하더라니까...그 사람들은 그 대평원을 가로질러 멀리 보아 온 눈의 역사로 시력도 그렇게 좋아서 5.0까지도 나온다면서?  참으로, 호방장대한 징기스칸의 후에들답더군...그 소리는, 하늘을 우러르는 그 종교에서도 그렇지만, 참으로, 이 대자연을 안고, 안기면서, 교통하면서, 자신의 이치를 그 자연의 이치와 동일시하고 동조시키려는 일념으로 내는 듯한 소리였네. 광대한 자연 안에서 미미한 인간이 느기는 '존재의 두려움' 같은 것마저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어. 어쩌면, 저 역시, 띠또떼또 예쁘기는 하지만, 입을 작게 쓰는 스페인어 사람들에게 점령당하면서도 대자연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던 인디언들의 소있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었다네...

 

자, 자, 자네도 내게 한 잔 권해 주게나. 내가 또 무슨 횡설수설을 더 할까봐, 그러고 있나? 그래, 그러면, 내 잔이나 받게나. 자네는 술이 아무리 취해도 헛소리하는 법은 없지. 그것, 참, 나도 본받을 일이지만, 에이, 너무 그렇게 범생이 소리만 하고 살면, 그것도 죄악이라니까? ㅎ그건,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망아지들처럼 힝힝 콧방귀도 좀 뀌고 강아지들처럼 그르릉도 거리고 그래 보자구...잼있잖아? 때로는 내가  택틱거리는 말에 자네가 픽픽거려도 난 하나도 쓸쓸하지 않아...오히려, 대꾸해 주니 우리는 가려운 데를 함께 긁는 셈이지...실상은, 너는 네 곳을, 나는 내 곳을 각자 제 생긴대로 긁고 있을 지언정 말이지....ㅎㅎ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탓으로만 세상을 산다고 한 그 말이, 결국, 하늘의 뜻대로 산다는 말이고, 그게 결코 하늘을 탓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어는데, 또 이리 말이 길어졋네...비는 아직도 그칠 줄을 모르네...아, 정말, 저 빗줄기를 잭(Jack)의 콩나무 줄기처럼 타고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들도 있잖아? 하하, 울큰오빠는 육이오 때, 총알이 빗발치는 사이로, '비사이로막가서' ㅎ 살아남았다고 자랑이시더니...하늘을 오르는  나만의 나무는 가지지 못하더라도, 방법과 방법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숲속을 유유자적 산책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그 아니 좋은가. 비 그치면, 우리 동네로도 좀 오게나. 우리 동네에서 제일 편안한 숲길을 내가 알아 놓았다네. 아, 저기, 친구들이 몇 마리 더 들어 오고 있군. 비를 맞았는지 옷이 젖엇네. 비맞은 강아지들...ㅎ 아니, 골목길 어지러운 수초들 사이를 헤엄쳐 온 물고기들.., 하하..여기야, 여기....식탁들 사이로 조심조심, 이리로 더 헤엄쳐 오라구...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