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우리 서로에게
해선녀
2008. 11. 22. 04:37
우리 서로에게
불타는 단풍나무 한 그루로
다가와 섰을 때는
우린 더 이상 홀로가 아니었네.
서로의 가슴에
성냥불 그어 대지 않아도
마음속 불꽃이
물감이 붓을 만나듯
붓이 종이를 만나듯
산불처럼 옮겨 붙었지.
나무가 크면
그림자도 깊어
땅에 떨어져 쌓인
붉디붉은 잎들이
부질없음을 읊조리는 소리가
가슴을 저몄지만
우린 다 알지.
때가 되면
우리 다시 서로에게
오롯한 한 그루 꽃나무로
피어날 것을.
수채화 0811 해선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