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적인 너무나 관념적인 우리의 사과나무는....
내가 손을 내밀면
너는 거기 언제나 그렇게
있어 줄 것처럼 생각했다.
너에게 손을 뻗는 순간 너는 이미
거기를 떠났을 수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너는 거기에 그렇게
존재하지 않앗을 수도 있는 것을.
너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우리는 모두 헛것을 보며
헛손질 헛발질을 하면서
그 모습을 상대편이 그것도 아주 잘
보아 주고 만져 주고 있다고 믿지 않았을까?.
자기 자신도 자기가
무슨 짓을 어떻게 햇는지
기억조차도 하지 못하다가, 언젠가,
휘젓는 손바닥에 무슨 티끌이라도 잡히면
아, 이게 바로 그거야,그거였어,
속으며 춤을 추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속고 있는 자신을
용서하면서, 그렇게라도 하지 �으면
존재를 확인할 수가 없어서, 아니
진짜 존재를 견딜 수가 없어서
그림자놀이만 해 온 것이 아니었을까?.
어느 날, 문득,
늘 거기 그렇게 있을 줄 알았던
사과나무,우리의 사랑하는 그 나무가
향기롭던 그 그늘를 잃고
옆구리가 썩어 가고 있더라고 말한다면
너는 차마, 믿고 싶지 않겠지.
아아, 그 나무 꼭대기에서
앙상한 햇빛이 내려와 언젠가부터
그 나무 아래에 풍장되고 있던
또 다른 우리들의 뼈조각들을 핥으며
뒹굴고 잇엇다고 말한다면
보지 않으려고
손바닥으로 가려도 가려도
햇살은 노오랗게 손등을 뚫고 들어와
내 눈을 찌르고 있었다고
검불 몇 개로 가려진 뼈다귀들은
아파하는 표정도 더 이상 없이
망연히 서 있는 나를 빠안히
올려다 보고 잇었다고
아아,
현깃증을 일으키며 허둥지둥
마을로 돌아 오는 길
그래도, 또 습관대로 나는 너를 위하여
내가 본 모든 것을 모두
없었던 것으로 돌리기로 햇다고 말한다면.
그래,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어.
사과나무엔 여전히 사과가 주렁주렁
그 머리 위로는 가을하늘이
아스라히 날아 오르는
고추잠자리 한 마리를 어르고 있었어.
그 나무는 따뜻한 눈길로
행복에 겨워하는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잇었지.
그건 절대로,
내가 잘못 본 것도, 잘못
말한 것도 아니야. 정말이야.
이것 봐.여기 이렇게
예쁜 사과 몇 개도 따 오지 않았겠어?
너는 지금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보는군. 그래, 알아.
사과나무도 뼈다귀도
그 잠자리조차도, 모두
없었던 걸로 햇다는 건 거짓말이고
정말로 없엇던 거야. 다, 내가,
헛것을 보고 헛생각을 했던 거지.
아아, 그래도, 너는
그 아찔한 존재의 위태로움에 대해
입을 다무는 너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관념적인, 너무나 관념적인 우리의 사과나무는
그래도 어디선가 자라고 있고
그 열매에 즙이 차오르고 있다는 것
그것만은 정말로, 믿고 있겠지?
. 말해 줘. 제발, 그렇다고, 말해 줘.
사랑이란원래 그런 것이었다고 말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