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관념적인 너무나 관념적인 우리의 사과나무는....

해선녀 2008. 10. 11. 20:06

 

 

 

 

  

 

내가 손을 내밀면 

너는 거기 언제나 그렇게

있어 줄 것처럼 생각했다.

 

너에게 손을 뻗는 순간 너는 이미

거기를 떠났을  수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너는 거기에 그렇게

존재하지 않앗을 수도 있는 것을.

 

 

 

 

 

 

 

너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우리는 모두 헛것을 보며

헛손질 헛발질을 하면서

그 모습을 상대편이 그것도 아주 잘

보아 주고 만져 주고 있다고 믿지 않았을까?.

 

자기 자신도 자기가

무슨 짓을 어떻게 햇는지

기억조차도 하지 못하다가,  언젠가,

휘젓는 손바닥에 무슨 티끌이라도 잡히면

아, 이게 바로 그거야,그거였어, 

속으며 춤을 추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속고 있는 자신을

용서하면서, 그렇게라도 하지 �으면

존재를 확인할 수가 없어서, 아니

진짜 존재를 견딜 수가 없어서

그림자놀이만 해 온 것이 아니었을까?.

  

 

  

  

 

 

 

어느 날, 문득,

 늘 거기 그렇게 있을 줄 알았던

 사과나무,우리의 사랑하는 그 나무가

향기롭던 그 그늘를 잃고

옆구리가 썩어 가고 있더라고 말한다면

너는 차마, 믿고 싶지 않겠지.

 

아아, 그 나무 꼭대기에서

앙상한 햇빛이  내려와 언젠가부터

그 나무 아래에 풍장되고 있던

또 다른 우리들의 뼈조각들을 핥으며 

뒹굴고 잇엇다고 말한다면 

 

보지 않으려고

손바닥으로 가려도 가려도

햇살은 노오랗게 손등을 뚫고 들어와

내 눈을 찌르고 있었다고

 

검불 몇 개로 가려진 뼈다귀들은

아파하는 표정도 더 이상 없이

망연히 서 있는 나를 빠안히

올려다 보고 잇었다고 

 

아아, 

현깃증을 일으키며 허둥지둥

 마을로 돌아 오는 길

그래도, 또 습관대로 나는 너를 위하여

내가 본 모든 것을 모두

없었던 것으로 돌리기로 햇다고 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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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어.

사과나무엔 여전히 사과가 주렁주렁

그 머리 위로는 가을하늘이 

아스라히 날아 오르는

 고추잠자리 한 마리를 어르고 있었어.

그 나무는 따뜻한 눈길로

행복에 겨워하는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잇었지.

 

그건 절대로,

내가 잘못 본 것도, 잘못

말한 것도 아니야. 정말이야.

이것 봐.여기 이렇게

예쁜 사과 몇 개도 따 오지 않았겠어?

 

너는 지금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보는군.  그래,  알아. 

사과나무도 뼈다귀도

그 잠자리조차도, 모두

없었던 걸로 햇다는 건 거짓말이고

정말로 없엇던 거야. 다, 내가,

헛것을 보고 헛생각을 했던 거지.

 

아아, 그래도, 너는   

그 아찔한 존재의 위태로움에 대해

입을 다무는 너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관념적인, 너무나 관념적인 우리의 사과나무는

그래도 어디선가 자라고 있고

그 열매에 즙이 차오르고 있다는 것

그것만은 정말로, 믿고 있겠지?

. 말해 줘. 제발, 그렇다고, 말해 줘.

사랑이란원래 그런 것이었다고 말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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