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예순 나이 추석 즈음에...
갑자기...언니가 울산 시댁 가는 길에 부산 고모님 뵈러 가겟느냐고 전화가 왓다.
수십년간 벼르기만 하던 일인데...대구의 큰올캐도 전화햇더니
만사 제기고 가겟다며 같은 우리가 탄 서울발 KTX에 달랑 올라 탓다.
어른 돌아 가시기 전에 좀 느긋하니 찾아 뵙고 옛날 이야기도 듣고...
왜 진작 그래 보지 못하엿을까?
시누이와 올캐 사이...그것도 그랫다.
언니와 나는 가까이 사니 지겹도록 자주 만나지만,
대구 친정 곳에서 계속 살고 잇는 큰올캐와는 그러지 못하엿다.
예순이 넘고 일흔이 넘도록 우리는 집안행사에서 잠시 만나는 것�에는
일부러 일삼아 만나 본 적이 없다.
마음만 내면 이렇게 단숨에 만날 수 잇는 것을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늘 그러고 싶엇던 게지...
반가운 마음에 둥둥 뜨는 마음을 누르며 차중이니 소곤소곤 서로간의 안부 이야기에 빠져 잇다가
눈깜짝 할 사이, 아, 벌써, 밀양이라네, 다음 역이 부산역인 줄 알고 서둘러 내려 택시를 타고서야, 아뿔싸,
택시기사가 거기는 구포역이엇다고 한다.....
그래, 어딘들 어떠랴...아줌마도 아니고 할매들이 이 정도면 양반이지....ㅎㅎ
모두 하하 웃으며 .택시기사의 안내로 구포시장에서 제일 잘 한다는 횟집으로 가서
배부르게 전어회를 먹으며 본격적으로 밀린 이야기들을 �아냈다......
다시 택시를 타고 부산의 연산동 고모님 댁으로 갓더니.
놀랍게도 거동도 잘 못하시는 구십 노인이 근처 사는 수양딸까지 불러 한 상 가득 저녁을 차려 내놓으신다...야들아, 뭐 하노, 얼렁 먹어라...귀가 어두워 잘 들으시지도 못하지만, 그 모든 사람에게 사랑 베푸시던 마음과 그 총기는 여전하시다...어느 새 베란다까지 나오셔서 손을 흔드시는 고모님, 아아,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옛이야기 들으며 한밤 자지 못하고 돌아 오는 마음 아쉬�지만 두 언니들의 스케쥴에 내가 맞출 수 박에...
언니는 울산으로 가고 올캐와 나는 대구로 와서 하룻밤을 자며 장조카와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엿다...그래, 서로 섭섭함도 많고 그리움도 많앗구나...한두밥으로 그걸 어지 다 말하겟니...아니, 다 말하려고도 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잇다는 것 아니겟니...
겉으로는 제사를 모시느냐, 기독교식으로 추도예배를 모시느냐의 갈등이엇지만, 우리는 참 많은 세월을 부질없는 갈등으로 서로 반목하엿구나...
언니가 울산에서 언니의 시댁 제사를 모시는 장조카와 동서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 온 아침,
대구의 다른 어른들도 다 뵙고 오고 싶엇지만, 이번에는 저녁에 서울로 돌아 와야 하는 내 약속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엇다 ,그래, 그만하면 되엇다...
큰올캐는 맛잇는 점심을 사 주고는 우리들 학창시절의 추억어린 소풍장소엿던는 수성못에도 데리고 가 주엇다...우리도 이제 이렇게 다 늙엇구나...넌즈시 건네는 따듯한 말과 미소...서로 깊은 이야기는 건드리지 않앗지만, 그게 다 사랑이고 배려라는 생각은 역시 부질없는 아전인수만은 아니겟지?
삶이 모두 부질없다고 하지 않는 이상...
그렇거나 말앗거나. 세월은 흘러 가리라...
힘든 이야기, 서로 말하면 무엇하리...
이젠 서로 다치지 않게 하는 안전이 제일이고 평화가 제일이지...
서로 차선을 지키면서 이제는 천천히 여유롭게 주행하다가
한 번씩 저렇게 잠시 주차시켜 놓고 만나고는 또 미련없이 떠나자꾸나.
그래도 또 한 번씩, 백미러로 바라 보고 어깨 너머로라도
가는 길 마음 쓰며 서로 기도하자꾸나...
그리고는 추석...
.이번에는 우리 세 식구만 따로 어머니 산소에만 갓다...
아버님 산소에는 간 지 얼마 안되엇고 시월 초순에 또 갈 것이므로...
그냥 예뻐서 사진을 직엇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저 막내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잇엇을까가 궁금하네...?
인생이 무상하구나? 아니, 아니, 갈 길이 창창한데, 무슨 그런 생각을...
엄마 아버지가 돌아 가시면 장례를 어떻게 할까?
글쎄, 이젠 우리들이 유언장도 미리 서 놓아야 하지 않을까?
다 부질없다...저렇게 많은 봉분들로 산이 너무 무겁게 보이지 않니?
너희들도 머리에 부모생각을 이고 살지 말거라...
내 유골일랑 흔적없이 강물에 뿌리거나 어느 산기슭, 이름없는 나무 밑에 묻어 다오...
어디라고 알고 찾아 올 것도 없는, 찾아 와도 어느 나무인지 알 수도 없는 그런 나무 밑에...
그저, 네가 살아 잇는 동안엔, 산들바람처럼, 부모 생각이 문득문득 스치는 날,
그런 날도 잇긴 잇으려니.....
그러고는 추석 다음 날...
나는 저 젊고 아름다운 블로그 친구들과 2차 모임을 가�다.
어느 한 췬구의 추석 귀향 귀국에 맞추어 가슴 설레며 만나 꿈처럼 행복하게 보낸 시간의 끝에서
내가 정신없이, 아니, 꼭 일부러 그랫던 것처럼, 어느 친구의 차에 두고 내린 안경을 전해 받는다는 핑계로...
여보게들, 사진 마음대로 올렷다고 탓하지 말라.
저렇게 꽃보다 아름다운 모습들을 안 올리고 어찌 베기겟는가...
그리하여...
올해도 추석이 가오고 추석달이 가고...
나는 또 블로그 동네에서 불질이나 계속할 것이다....
도자기를 만들고 중국말을 배우고...그게 다 무슨 큰 듯이 잇어 그러는 것 아니듯이
시랍시고 끄적거리고 산문이랍시고 주절거리는 이 불질의 버릇은 바로 그런 것이다.
부질없음을 다 알지만,
내가 이렇게 존재하고 잇음을 순간마다확인하고 즐기려는 것.
이제는 더 이상 �지 않은 이 예순 나이 하고도 추석 즈음,
그잖아도 자주 자주 슬쓸해지려는 이 계절에
그래도 오고 가는 인연들이 다 반갑고 고맙고 너무 아름다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