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꽃지는 밤에
해선녀
2008. 5. 18. 21:29
꽃이 진다.
오월 단비에
어줍잖은 동네 골목에
하얀 철쭉꽃이 진다.
꽃지는 것 슬프다고
누가 말했노.
수백년
경희궁 뒷마당에
홀로 그어졌다 홀로 지워지는
궁궐 지붕 그림자처럼
고아하지도 못하고
막심 벤게로프,
기동 크레머가
미친 듯이 그어 내리는 활시위처럼
절묘하지는 못해도
그대와 나,
이 풍진 세상 그래도 한껏
사랑하며 춤추다가
마지막 한 호를 긋는 춤사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