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지나가는 길목에
흐린 무대조명 아래
설치된 풍경만 보고
설정된 소리만 들으며
춤추는 광대였다고 할까,
제 자신의 더운 가슴과
헤비작대는 손발에는 정작
가 닿을 수도 없게
플라스틱 깔때기를 너울처럼 쓴
강아지 같았다고나 할까?
2월은 그렇게
세상과도 자기 자신과도
단절된 채 칩거하던
항아리 속의 겨울을 벗어나는 계절
곤한 잠에서 깨어난 아침
항아리 전에 문득 고개를 내미니
마른 나무가지들이 또 한 시절
철부지 잎새들의 유희를 준비하며
여린 햇살을 가만히 흔들고 있는 위로
2월은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고 없을 것이라는 듯이
맑고 투명한 얼굴빛으로
흐린 계절의 경계를
조용히 건너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