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정치 시 하나 / 진짜 고슴도치들처럼
해선녀
2007. 12. 21. 09:24
고슴도치들처럼
찌르고 찔리며 싸우기만 하다가
솔밑 덤불 속으로 돌아가
숨고르고 있는 사람들아,
우리 그렇다면 이젠 진짜,
고슴도치들처럼 정치할 수 없을까?
진실이고 정의고 말하지 못하고
어깨 기대며 보듬지 못해도
날 밝은 동안엔
두렵고 애틋한 눈빛만으로도
할 일 안 할 일 서로 알아 차리고
어둠 속에서는
솔내음 묻은 숨소리만으로도
배꼽밑 따스한 체온까지 서로 만지며
낙엽 아래 흐르는 물처럼 만나는
진짜 고슴도치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