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선녀 2004. 12. 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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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세모의 정을 어쩔 수 없다.

텅빈 길모퉁이를 돌 때면

일없이 뒤돌아 보고 싶어지고,

퇴근 무렵 지하철역에서 함께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무단히 허전해지기도 한다.

캐롤이 울려 퍼지는 소리들 사이로
호프집 불빛이 새어 나오면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

남편이라도 불러내어, 당신,

아직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는가

물어 보고도 싶어진다.

참, 별일이지, 별소릴 다 한다고

티 방이나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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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선녀

 

2004/12/22 수정 | 삭제

저 꺽어진 길을 한 번 꺽으면
이 해가 다 가는 건가요?
저 슬로프를 다 내려 오면
이 해가 정말 다 가는가요?
그래도 저렇게 아름다운 색으로
나무는 빛나고 있는 걸요.
유리창엔 아직도 저 맑은 하늘이
티 하나 없이 비쳐 있는 걸요.
저 벗은 나무가 아무리 쓸쓸해도
세모라는 말, 아직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세모가 닥쳤군요. 제 코앞에도.
모른 척, 그냥 하루라도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지나가려고 했는데,
세모라는 말 한 마디 없이
건너가려고 햇는데....

 

            - 순례자님 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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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송년회로 바쁘던 남편이 오늘은 충북 괴산이라나, 상가집에 가서 아직 안 온다. 연말 보내기가 이리도 부산한가, 막내녀석까지 오늘은 선배집에서 자고 오겠다며 술이 좀 취한 목소리로 전화한다.  연말이라 그런 게지, 하지만, 사실은 어느 땐 안 그런가. 늘 어허둥둥...그저 허허롭고 또 허허롭도다...

 

 

사진:

   순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