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묵정밭에서
해선녀
2007. 10. 24. 08:11
강아지는 촐랑대며
풀섶을 헤집고
새들은 빈 가슴으로
허허로이 날고
산책길 묵정밭
살아 있는 모든 몸짓들이 경이롭다.
팔다리를 휘젓는 놈
숨죽여 귀기울이는 놈
감고 기어 오르는 놈
잡풀 우거진 곳에
누군가 아끼며 바라 보았을
태산목 세 그루
버리고 떠남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 서서
느긋이 지켜 보며 묵혀 두는
또 다른 생명의 몸짓
비움이란 애초에,
저 묵정밭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