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초겨울 산행

해선녀 2004. 12.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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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잦아드는 낙업을 밟으며

엄마 저고리 앞섶 같은 산자락을

아이들처럼 파고 들 때 그 때 말야.

막 옷을 다 벗은 그 나무들처럼 

우리 가슴 속에도 물관 같은  무엇이

비워져 가지 않던?

 

변하는 자신조차 즐기게 해주는

변하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마지막 믿음 같은 그 무엇, 

자기애랄까, 인간애랄까,

대단한 이름은 모르겠는 그 무엇이

다시 차오르지 않던?

 

우리들보다 먼저

맑은 산공기를 비집고 올라와

마른 풀섶 아래 반짝거리며

모여 서 있던 서릿발들도

눈물나게 아름답던,

겨울 초입, 그 산책길에서 말야.

 

 

* Erik Satie Website

Gymnopedie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