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쓸쓸함, 그 맑음에 대하여

해선녀 2004. 11. 19. 15:17

 

 

04, 1118, 05AC

 

 

 

 

쓸쓸함이 빛나는 곳이 있다.
그 투명함에 눈이 부신 곳이 있다.
키높은 쓸쓸함이 하늘을 찔러

희망보다 더 큰 희망.

맑디 맑은 평화의 원천이 거기 열린다.

그 곳으로 가는 길을 나는 아직 모른다.

그 곳을 찾다가 만난 어느 나무 밑에 누워

애틋하게 뒤척이는 낙엽 한 장 주워든다.
나는 내 잎을 얼마나 더 떨구어야

쓸쓸함보다 더 쓸쓸하고

평화보다 더 평화로운

그 고요의 원천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키 높은 나무가 산보다 높이,

높이 솟아, 내 쓸쓸함을 부끄럽게 한다.

아, 어린애 같은 이 쓸쓸함이여.

 

 

 

 

 

사진:    순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