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해선녀 2007. 9. 4. 22:17

 

 

 

내 안에 사는 작은 유령

내 존재의 그림자,

그리움이라는 꾸러기 녀석은

어젯밤도 혼자서 무엇인가를

사브작대며 그리는 것 같더니

연필을 손에 쥔 채 쓰러져 잠이 들었지.

 

온아침엔,

베시시 웃으며 다가 오더니 

모른 척 컴 자판만 두드리고 있는 내 등에

가을'이라고 커다랗게 쓰더라구.

 

싱거운 녀석,

하며 돌아 앉는데,

녀석은 보이지 않고,

어젯밤 비에 말갛게 씻긴 유리창에

연한 노을빛 내 모습이 그려져 있는 거야.

 

운동화를 신고 녀석을 찾으러 나갔지. 

녀석은 내가 좋아하는 골목 끝

산으로 올라가는 길모퉁이에

오두마니 앉아 날 기다리고 있더라.

새들이 푸드득거리며

여름의 잔정을 깨가 쏟아지게 나누고 있있더라. 

 

그래, 여름이야, 아직은 여름이야,

팔뚝에 스미는 서늘한 공기를 만지며

젖은 풀섶을 헤치며 천천히 걸었어.. 

저만치 쪼르르 달려 가다가도

내가 따라 오는지 헤딱헤딱 돌아 보며

여름에서 가을로 헤집고 들어 가고 있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