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Augustine의 교육론(번역)

제1장 영혼의 고난 - 5

해선녀 2004. 10. 29. 14:16

태오가 보내드리는 음악...
마음에 드시는 곡을 선택SEL하세요...^^
 
 

그 다음으로 제가 많이 접하게 되었던 책들은, 아직도 제가 그 비참하고 사악한 욕망의 노예로 있었을 때, 소위 자유교양학과에 해당되는 책들이었으며, 저는 그것들도 닥치는대로 읽어치우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은 더더욱 제게 무슨 도움이 되었는지 잘 알 수 없습니다. 그 책들을 좋아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확실한 진리라고 했던 그 책들 속의 모든 것들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저는 빛을 등진 채로, 빛에 비추어진 모든 사물들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제 얼굴에는 빛이 비칠 수가 없었습니다.36)**  수사학, 논리학, 그리고 형태의 크기에 관한 것(기하학), 음악, 수학, 어떤 자유교양학과든지 간에, 저는 별로 큰 어려움도, 선생님의 도움도 없이, 잘 이해하였습니다. 하나님, 당신은 물론 그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렇게 빠른 이해력과 예리한 감각은 바로 당신이 제게 주신 선물이니까요.

 

 

37)이제부터는 스물 아홉 살 때의 제 삶에 대해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자 합니다. 파우스투스(Faustus)라고 하는, 마니케이언파의 어떤 주교가 카르타고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는 무서운 악마의 덫이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설득력 있는 웅변 때문에 유혹에 빠졌습니다. 저 역시 그의 웅변에 찬탄을 하였지만, 그의 웅변 스타일이 매력 있다는 것과 제가 그토록 알고 싶어하는, 사물의 진리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은 ㅕ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그의 말을 담아내는 수단보다도, 그의 신도들이 그토록 존경해마지 않는, 그가 제시하고 있는 지식이라는 것들이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모든 평판 있는 학문을 이미 다 섭렵한 사람이고 자유교양학과의 학문에 특히 뛰어난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38)그 때까지 거의 9년 동안, 저는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내내 마니케이언파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여 왔던 터였으므로 사실, 이 파우스투스라는 사람이 오기를 마음 설레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만났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제가 관심을 가졌던 많은 것들에 대해 물을 때마다 거의 대답을 못하고, 그저 파우스투스가 오면 알게 될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그들은 그 사람이 와서 함께 토론하게 되면, 그런 질문은 물론이고, 제가 어떤 더 어려운 질문을 하더라도 모두 속시원하게 풀어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정작 왔을 때, 저는 그의 웅변이 매우 듣기 좋고 기분 좋기는 하였지만, 결국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내 해 오던 이야기와 별다를 것도 없는 그런 내용을 단지 훨씬 더 매력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목이 마른 중인데, 매우 귀한 컵에다가 물을 떠다주는 멋있는 사람이 있어 보았자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런 따위 이야기에는 제 귀가 이미 싫증이 나고도 남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보다 표현을 더 잘 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더 멋있는 말이라고 해서 더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파우스투스의 얼굴은 매우 평온하고 그 웅변도 매력적이었지만 저는 그의 영혼이 지혜롭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그를 기대하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실상 훌륭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그의 웅변이 듣기 좋았다는 것 때문에, 그를 분별있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저는 진리라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가진, 그리고 그것이 세련되고 감동적인 말로 표현되어 있을수록 더욱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 하나님, 당신께서는 이미 놀랍고도 은밀하게 그것을 저에게 가르쳐 주셨던 것이며, 그것은 당신이야말로 저의 스승이시라는, 저의 이 진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나온 것이든 간에, 당신 이외에는 진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없습니다.  감동적인 웅변이라고 해서 그것을 진리라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 못지 않게, 서투르고 어설픈 말솜씨 때문에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는 것, 이것 역시, 저는 당신에게서 배웠습니다. 교양 없는 매너로 말했다고 해서 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우아한 스타일로 말했다고 해서 그것이 허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 말입니다.

 

지혜와 어리석음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에 비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이든 나쁜 음식이든, 우아한 그릇과 소박한 그릇, 어느 그릇에나 담을 수 있는 것처럼, 지혜와 어리석음 역시 장식적인 언어와 소박한 언어, 어느 것에나 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우스투스를 그토록 기다렸던 저도 역시, 그가 토론을 할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적절하고 무리가 없도록 매끄럽게 연결해내는 행동과 태도,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에 대해서 충분히 흡족하게 생갹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쁨에 넘쳐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를 칭송하여 마지 않았으며, 차라리 누구보다도 더 그를 환호하는 편에 속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주위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저는 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질문들을 그에게 던져 볼 기회를 얻을 수가 없었으며,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면서 비공식적인 토론을 해 본다는 것은 더구나 꿈도 꿀 수 없었기 때문에, 매우 속이 상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들과 함께 정말로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저를 괴롭혀 온 몇 가지 문제들을 토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도 저는, 그가 문법 이외의 모든 다른 교양학과에 대해서 하나도 아는 것이 없었고, 그나마도, 그저 적당히 조금 아는 것뿐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키케로의 웅변책 몇 권, 세네카의 책 아주 조금, 그리고 자기 교파에 대해 라틴어로 압축해 놓은 글들을 읽었던 것입니다. 단지 그 정도를 가지고도 그는 매일 연마해 왔던 웅변을 통해서 더 그럴 듯하고 매력 있는 말솜씨를 갖추어 나갔습니다. 그는 자제력이 있었고, 타고난 품위를 갖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 양심의 심판자이사여, 저의 생각이 잘못된 것입니까? 그 때, 당신은 신비로운 섭리로 저를 다스리시면서 부끄러운 제 잘못들을 제 눈 앞에 보여 주심으로써, 제 스스로 그런 것들을 미워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셨으므로, 저는 지금 진심으로 저의 모든 기억들을 다 보여 드리고 있습니다.

 

파우스투스가 그런 학문들에 대해 저의 기대만큼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았을 때, 저는 저를 괴롭혀 온 문제들을 그가 풀어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버렸습니다. 물론, 그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라도 신에 대한 진리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가 마니케이언 교도만 아니었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마니케이언들의 책은 하늘, 별, 태양, 달 같은 것들에 대한 기나긴 설명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이제 파우스투스는 제가 다른 책에서 읽었던 것과 같은39),* 숫자계산까지 정확하게 해내는 합리적인 설명으로 제가 원하는 해답을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학문을 그가 섭렵하고 있었어야 그도 그런 설명들이 마니케이언파의 그런 책들과 일치하는지 안하는지를 알아볼 수가 있었을 것이고, 적어도, 그들의 책에도 그런 학문과 유사한 훌륭한 설명이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바로 그런 문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려고 해 보았을 때, 그는 매우 겸손한 태도로 저의 도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적어도, 저 같은 사람한테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가르치려고 드는, 그런 수다쟁이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도 많이 겪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당신을 향한 올바른 자질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상당히 주도면밀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무지를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자신이 쉽사리 벗어나기도, 그렇다고 물러서기도 어려운 그런 문제에 대한 토론에 덮어놓고 뛰어들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의 그러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겸손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 제가 알고 싶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보다 더 좋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제가 그렇게 알고 싶어 했던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에 관한 한, 제가 파우스투스에게서 알아낸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니(Mani)40)*의 저술들에 대해 알고 싶었던 저의 열정이 식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평판이 높은 파우스투스가 저를 괴롭히고 있던 그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 못하였으니까요. 그렇기는 해도, 저는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제가 카르타고에서 수사학 교수로서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있던 문학에 대해 그 사람도 역시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그가 들어 본 적이 있거나 읽고 싶어 했던 책, 아니면, 제가 그의 지식 수준에 맞는다고 생각한 책들을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마니케이언에 대해 좀더 알아 보려고 했던 저의 모든 노력은 오히려, 그 사람과의 교제 때문에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니케이언과 결별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가 그 동안 우여곡절 걸어왔던 그 길보다 더 나은 길이 그 사람을 접합으로써 제게 나타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나은 길이 우연히 제게 주어지지 않는 한, 우선 그런대로 주저앉아 있기로 작정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그 많은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옭아 넣을 수 있는 함정이었던 파우스투스가, 물론 꼭 그러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고 자기도 그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지도 않았지만, 저한테만은, 이미 저도 빠져들기 시작하고 있었던 그 올가미를 점점 늦추어 주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오, 주여, 그것은 당신의 나라 그 은밀한 곳으로부터 당신이 저의 영혼을 버리지 않으셨고, 저의 어머니도, 밤낮으로 저를 위해 눈물을 흘리면서 당신에게 정성을 바쳐 기도하셨던 덕분이었습니다.

 

당신은 저를 위해 굉장한 역사를 하셨습니다. “한 인간의 걸음걸음마다 주님이 그 길을 인도하시며”, “그 역시 그 길을 사랑하게 될 것이니라”(시편 36:23)라고 하신 것과 같이, 저를 그렇게 인도하신 것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이미 저질러진 일까지도 새롭게 만들어 내시는 당신의 손이 닿지 않았다면, 저희들이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당신은 저로 하여금 그 때 제가 카르타고에서 가르치고 있던 것들을 로마로 가서 가르치도록 설득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때 제가 그렇게 했던 것은, 당신이 저를 그렇게 하도록 만드셨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저는 절대로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때도 그렇게 하셨지만, 특히, 그 당시 그 일에 관한 한, 그것은 저희들에 대한 가장 은밀하고 깊은 당신의 생각과 한결같은 자비가 베풀어지고 있었기 때문임이 틀림없습니다. 물론, 그 때 저에게 그 길을 권하던 친구들이 더 높은 보수와 더 큰 평판을 제게 보장하였고, 그런 것들도 제 마음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제가 로마로 갈  결심을 한 것은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저의 주된 이유는, 사실상 유일한 동기가 있었다면, 당시 로마의 학교에서는 젊은이들이 더 조용하게 자기 공부에 열중하고, 더 엄격한 학문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말을 제가 들었던 데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 선생님 외의 다른 선생님의 교실에 함부로 무례하게 뛰어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허락 없이 남의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카르타고의 학생들은 수치심을 모르는 행동을 함부로 하였으며, 미친 듯이 화를 내면서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질서를 아무렇지 않게 무너뜨리곤 하였습니다. 이 무법의 침입자들은 엄청난 우행과, 처벌받지 않으면 안될 못된 짓까지 멋대로 저지르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카르타고의 관행은 그들을 보호해 오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그들은 더욱 더 비참한 상황으로 몰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의미로는, 허락받은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그것은 당신의 영원한 율법으로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었습니다. 당장에는 그들은 처벌도 받지 않고 빠져 나간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 맹목적인 행동 그 자체로서 그것은 그들 자신의 형벌이었으며, 그들이 남에게 끼치고 있는 고통에 비할 수 없이 더 큰 고통을 그들 스스로가 겪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러므로, 학생시절에 저 스스로가 하기를 거부했던 악습들을 제가 교사가 되었을 때 꼼짝없이 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억울했던 저는, 그런 것이 용납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곳을 찾아가기로 했던 것입니다.

 

 

 

36) **역주

37) 「참회록」 ⅴ, 3

38) 「참회록」 ⅴ, 6-8

39)* 즉, 천문학책들.

40)* Mani : 마니케이언파를 페르시아에서 창시한 사람. 215 A.D.경 Ecbatana에서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