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빨간 보자기
해선녀
2004. 9. 18. 08:35
돌아가신 엄마의 유품 중에서
한많은 이야기 다 풀어놓지 못하고
정지해 버린 엄마의 심장을 닮은
복숭아빛 빨간 보자기 하나를 가졌습니다.
아무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힘들게 하지 않았던 엄마
싸늘해져 가는 손을 잡았더랬습니다.
마디마디 관절이 옹이처럼 불거져도
죽으면 썩을 몸 아껴 두면 무엇해
일에 일을 잇대며 사신 그 앞에서는
힘들다며, 속상해 하던 내 푸념들은
모두 부질없는 티끌들이었지요.
마지막 숨을 거두고 나니
둘둘 싸고 묵여서 떠나면 그 뿐
정말 사람이 아무 것도 아니엇습니다.
내 모든 티끌들일랑
진작에 이 보자기에 싸놓고
엄마처럼 나도 내 몸 다 쓰고 가리라
빨간 보자기 바라보며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