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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리지르라데요, 퍼지르라데요.
눈물 속에서 떠내려 가라데요.
못박힌 상처 속으로 들어가서
또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간구하라데요.
티비는 밤새도록 속보를 전하고,
눈가에는 그 죽어 넘어진 아이처럼
파리 한 마리가 꼼지락거리고
목소리는 가맣게 빗장 질러져
잠이 든 것인지, 아닌지,
머리 위는 바그다드의 땡볕뿐이었어요.
2.
봄이라네요.
그래도 봄이라네요.
탱크와 폭격기와 미사일들이 내뿜는
화염과 굉음을 뚫고
그래도 봄은 스며들어 왔어요.
까르르 웃으면서
내 얄팍한 장지문을 열고 들어와
가슴뼈 아래 질펀히 흐르던
내 피를 핥아 줄 거라네요.
아, 넝마 같은 명분이여.
잔인한 봄이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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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탄도 끝에서 산산히 부서진
영혼들이 세상을 하직하는 곳
바그다드의 성에도 그대는 찾아와
피 낭자한 거리에서 숨을 죽이고
모래바람 속으로 슬픔에 사무쳐
걸어가고 있구나, 그대, 봄이여.
얼굴 비뚜름히 멈추어 섰다가
아무 것도 모르고 또 이 땅에 태어나는
생명들을 와락 끌어안고 말았는가.
소멸의 계절로 추락해 가면서도
그 밝은 얼굴 끝내 감추지 못한
그대, 슬픈 지구촌의 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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