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1일, 노마드님이 놀러 오셔서 찍어 보내주신 사진 아직, 단풍이 그리 짙지는 않았음
저 막막한 도시 한복판에서 쓰러지지만 않아도 그게 어디냐? 고개 들어 바라 보면, 산은 높고, 그 산기슭에 작은 집 하나. 이젠 정말, 그런 집 하나 짓고 살고 싶다...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그런 꿈을 꾸어 왔었고, 그 집에서 들려 올 우리들의 말소리, 웃음소리에도 이미 오래 귀를 기울여 왔다. 등산로옆 작은 돌무더기들도, 언젠가 전생에, 우리가 쌓아 놓았던 듯, 유정하였다.
당신 떠난 지 이제 3년, 당신이 첫눈에 반하던 그 산자락 언덕에 오도카니 올라앉아 앞산의 웅자를 바라 보는 집. 당신이 시작만 하고 살아 보지도 못하고 갔지만, 이제 오롯이 자리잡은 우리들의 집. 내가 오래 비워도, 아무 것도 모르는 새들이 산에서 날아와 수선을 떨다 가는 집. 그 앞산은 지금, 당신이 떠나던 그 때와 마찬가지로 온통 단풍이 절정이어서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지만, 나는 이제야 처음으로 마주 화답하며 풍경을 단다. 부드러운 바람에 딩뎅딩뎅 풍경이 울릴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며...
초록일 때나, 단풍일 때나, 산은 왜 산에 오느냐고 묻지 않는다. 무슨 초인의 의지나 영웅의 일기를 말하든, '그저', 산이 거기 있음에 오르고 마을이 거기 있음에 내려간다'고 말하든, 산은 그저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또 무슨 시름을 그렇게 한가득 짊어지고 오느냐, 너의 베낭을 비운 만큼 마음도 비우고 가느냐,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모든 질문과 그 대답은 내가 내 안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하기야, 우리 중에 누가 초인이 아니고 영웅이 아니겠는가? 모두 비우는구나, 비워 버리는구나, 불타오르는 단풍에 눈이 부신 아침엔, 우렁우렁 짜라투스트라의 말소리도 우리에게 들려 오고, 저녁안개가 그 단풍을 휘감고 어룰 즈음엔, 영웅의 지난한 생애도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 오지 않던가? 우리 안에도 그 초인과 영웅이 살고 있음이 아니고 무엇이랴
산을 좋아하다가, 먼저 산으로 간 당신. 그리고는 영 돌아 오지 않는 당신. 산이 되어 버려 말이 없는 당신. 나도 언젠가, 산으로 돌아가 한 그루 나무로 서게 되리라. 어쩌면, 당신이 태어나고 나도 태어나고, 당신이 산으로 돌아간 11월,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내 눈을 닮아 빛과 어둠의 사이를 서성이는 이 즈음에,
나는 그 때도 아마,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 못견딜 것 같다. '저, 여기요, 아, 거기요' , 노오란 이파리라도 흔들면서 어설픈 수신호라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끊임없이 다른 나무들과 눈빛을 나누며 불로그 마실이라도 다닐 것 같다. 외롭고 어리석은 내 영혼이 어벙어벙 이 세상을 살아왔던 방식 그대로.
- 2012년 11월 1일, 당신의 3주기 날에-
<그 양평에> http://blog.daum.net/ihskang/1373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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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세 곡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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